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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가는 마지막 날에


이 예 은
<그래픽디자이너>
 
오늘은 단 한 번밖에 없는 2020년 7월의 마지막 날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일년 365일 동안 어느 날이건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지만 올해 7월은 긴 장마의 끝이라는 예보를 기대하면서 3복 더위속에 이제 말복만 남은 것 같다.

예전에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게 되어 대부분 7월 중순이면 각급 학교가 다 방학을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3월 개학이 늦어져 수업일수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방학이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의 방학은 입시 학년이 되기 전에는 참으로 낭만과 추억의 깃든 학창 시절이었다. 특히 7월과 8월 사이의 방학은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백미로 하고 싶었던 수많은 것들을 몸으로 행하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한여름이라고 해도 바깥 기온이 무더울 뿐이지 내부에서는 가정 대부분이나 직장들이 정말 시원한 에어컨으로 인해 여름의 더위를 모르고 지낼 정도이니 문명의 이기가 고맙기는 고마운 모양이다.

성장기의 시절 부모님과 함께 지리산 자락으로 휴가를 다녀올 때쯤이면 무더위는 시원한 바람과 서늘한 산자락 기온으로 인해 춥게 느껴졌다가 휴가를 마치고 도회지로 나오면서 다시 맹위를 떨치는 더위와 싸웠던 기억이 있다.

아마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활 속 더위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7월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양력 달력이지만 그만큼 농촌 들녘의 곡식들이 무럭무럭 익어가는 계절이다. 뜨거운 햇빛의 일조량으로 인하여 올해 가을의 수확량이 결정되기에 농부들의 마음은 적당한 우기와 햇빛에 기대해 보기도 하는 계절이다.

7월은 한반도의 역사적으로 부침이 많은 달이다. 소위 7월 27일은 북한이 남침하여 발생하였던 6.25 전쟁의 휴전일이었고 이 휴전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기에 지금도 잠시 전쟁을 쉬고 있을뿐이지 아직도 한반도에는 긴장감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 같은 전후세대들도 부모님 세대에서 있었던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 국가안보의 첨병으로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자연환경의 7월이 여름의 한 가운데이기에 한반도 남쪽 해상에서는 서서히 구름과 비를 몰고 오는 장마에 이어 태풍이 매년 불고 있다. 8월이나 9월에 밀려드는 태풍이지만 사실상 자연적인 기후의 흐름이 7월 말경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한반도의 7월은 매우 숨 가쁘게 움직인다.

또한, 올해 7월은 매년 그러하듯이 정치적인 존재감이 넘치는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에서부터 의료인들이 특별하게 활동하는 코로나19의 방역과 경제인들이 느끼는 생활 속 경제의 어려움 등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올해의 7월은 하늘길이 매우 한가하다. 예전에는 사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면서 인천공항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국제공항들이 외국에 나가려는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가 넉넉한 하늘길을 제공해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예전 같으면 벌써 7월 말 정도가 되면 사상 최고의 외국 방문 여행객들이 인천공항을 가득 메웠을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는 것을 꺼리면서 대신 국내 여행이 활성화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재난기금의 활용에 따라 시장경제가 반짝 활성화 되었을 뿐 다시 지갑을 닫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 7월의 소비지수도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국내 여행객들 역시 잘 돌아다니지 않는 분위기이다.

7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오늘의 기대감이라도 마음속에 성취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잠시나마 회상으로 과거의 7월을 생각해 본다. 여름의 따가운 햇빛이지만 7월의 희망이 8월의 기대감으로 연결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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