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 의 영
<전주효자유통 주임>
인류는 오랜 시간 채집 생활을 하는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이웃과 물물교환 형식으로 경제의 나눔을 실시했었다. 사람이 사는 지역은 저마다 달라서 산간지방이나 바닷가 등 완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 형태가 각기 다르게 존재하면서 인류는 자급자족만으로는 생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석기시대를 넘어서고 철기시대 이후 부족국가가 정립되면서 이웃 나라와의 무역이 시작되었다. 나라의 국력에 따라 조공무역(朝貢貿易)이라는 말로 대신했지만 어쨌든 이웃 나라와 경제적인 거래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가 잘 안될 때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빼앗을 수밖에 없는 때도 있어서 침략전쟁 등을 통한 약탈행위가 시작되었다. 한반도나 중국 연안에 빈번하게 나타났던 과거 왜구라는 이름의 해적들도 결과적으로는 강제로 다른 지역의 식량이나 물건을 빼앗는 경우였다.
대마도라는 지금은 일본에 속해 있지만, 그곳 사람들이 대부분 왜구로 인식되었던 것은 당시 대마도라는 땅에 식량을 자급하기에는 턱없이 농경지가 부족했다. 지금도 대마도는 손에 꼽을 정도의 농경지를 갖고 있는데 당시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들은 삶의 투쟁 가운데 식량자원이 부족하자 물물교환 형식의 농업과 어업의 산물이 아닌 강제로 빼앗는 약탈행위로 나서게 되면서 왜구라는 명칭이 붙었고 약탈행위의 과정에서 수많은 무관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었다.
이처럼 엄밀하게 말하면 나라와 나라의 무역도 유통(流通)경제의 일환이었지만 힘 있는 국가에서 유통금지라는 말도 있었고 따라서 밀무역이 국경 마을을 중심으로 성행하였던 역사가 있었다. 드라마 허준을 보면 허준의 초기 생활이 밀무역으로 인해 고초를 겪었던 행위가 나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오늘날의 유통산업은 일부 품목에서만이 아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본에 대한 유통이 시행되고 있다. 이를 경제라는 말을 붙이면서 유통경제라는 말이 화두에 떠오르게 된다.
사실 경제의 단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통이라는 문구이다. 초기 자본에 의해 생성되는 경제 1단계가 순수한 생산이 되면서 중간과정이 바로 유통단계가 된다. 이 단계를 거친 후에 비로소 소비자에게 전달이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초기 자본에 의하여 생산된 물품이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생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러한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바로 유통단계의 비효율적인 과정에서 비롯되어 소비자들의 물품전달에 따른 엄청난 이익을 유통업자들이 가진다. 꼭 손에 쥐면서 눈으로 보게 되는 경제산업의 1차 산업 물품만이 아닌 삼차 산업의 총아인 각종 금융거래를 비롯한 행정의 모든 행위에 붙는 수수료 등도 결국은 유통단계에 붙는 확대재생산의 일종이 된다.
유통은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면서도 관련법에 따른 통제 장치가 매우 느슨하다. 민주주의에서 가지는 시장경제의 하나로 가격통제가 맡겨지다 보니 우후죽순의 유통업자들이 고액의 유통가격을 매김으로 인해 경제가 매우 어려울 때가 있다.
농산어촌에서 생산자들이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직거래를 유도하고 싶어도 매우 어려운 것이 바로 상거래를 위한 각종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상거래에는 반드시 판매를 위한 법적인 상태가 존재해야 하니 그냥 땅이나 바다에서 생산되는 것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통마진은 사실상 가장 기본적인 상거래의 필수적인 금액만을 가져야 한다. 국가 간의 무역에서 떼돈을 벌었다는 업자들은 결국 유통마진에서 엄청난 가격상승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유통업자들 가격의 재산정으로 인해 생산업자들의 초기 가격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유통업자들 역시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고정비용이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고정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들과 함께 공유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가격정책이 생기지 않을까 해 본다.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자들의 단계별 경제구조가 좀 더 투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더욱 좋은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