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도 영
<예원예술대학교 교양학부장/ 본사 자문위원>
금강 상류 지역에 기반을 둔 가야는 지정학적인 이점과 교통의 요충지, 철산 개발 등의 원동력을 발판으로 100여기의 가야계 중대형 고총을 조영하였지만, 백제가 백두대간의 큰 고갯길인 육십령을 넘는 간선 교통로를 따라 가야 지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 남강 유역보다 일찍이 백제에 정치적으로 복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장수 고분은 남원 아영면 가야 고분과 함께 운봉 고원가야 고분군을 대표한다. 백제 문화권인 전북 동부 산악 지대에서 가야 시대 문화유산이 무더기로 발굴되면서 학계의 큰 관심을 몰고 왔다.
학술조사 결과 고령, 김해 등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알려진 가야의 영역이 5~6세기까지 전북 동부 산악지대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되었다.
특히 전북 동부 산악권의 가야 문화유적은 장수군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장수군에서 발굴된 가야 문화유적은 방대하다.
고총의 경우 장수읍 동촌리 83기를 비롯해 장계면 삼봉리 41기, 월강리 23기, 장계리 20기, 호덕리 41기 등 총208기가 확인되었다. 당시 세력을 지키기 위한 5곳의 산성과 14곳의 봉수도 속속 밝혀졌다.
이외에도 장수의 지역성을 잘 보여주는 유적으로 관방유적과 제철유적을 들 수 있다. 장수군의 성과 봉수는 모두 29개소에 이른다.
봉수에서 수습된 유물 대부분이 삼국시대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동부지역의 봉수는 삼국시대에 설치되었는데 이 지역에 가야 세력이 거주하였다는 점으로 볼 때 가야세력에 의해 운영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전북지역은 그동안 철 생산과 무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 실시한 지표조사를 통해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130개 이상의 제철유적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 중 장수는 총 60개소의 제철유적이 분포되었는데 전북 지역 중 밀집도가 가장 높다.
유적은 주로 백두대간 및 인근 산줄기를 따라 남북방향으로 분포하며, 그 범위는 직선거리로 대략 40km에 이른다. 행정구역 상 번암면 지지리에 가장 높은 밀집도를 보인다.
이곳은 대체로 계곡 내부 또는 산줄기 하단의 평탄지대에 입지하는데, 철 생산에 필요한 원료(철광석), 연료(숯), 수원(계곡천), 작업공간 등을 주변에서 쉽게 구할수 있어 제철유적이 입지하는데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표에서 철 생산 시 발생한 철재가 다량 수습되었음을 볼 때 철재 제련(製鍊) 공정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전북 가야문화는 영남 가야문화에 비해 근거자료가 미흡하고, 발굴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명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가야사 조사·연구 및 정비’가 국정과제로 선정되자 전북 가야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북도는 이에 힘입어 가야문화 유적 발굴, 학술연구, 유적 정비 등 가야사 복원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북도 동부권 발전 특별회계를 통해 “반파국”(장수가야의 옛이름)의 조사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가야역사관 건립을 진행 중인데, 이러한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제대로 보존·유지코자 장수군이 한국의 고대사를 재정립하고 있는 전북 동부지역 가야문화유산을 토대로 2022년 1월 개관을 목표로 호남지방 최초 가야역사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건립투자심사 등 사전절차를 이행했으며, 가야역사관 건립 첫 단계로 건축 설계공모와 콘텐츠 개발 및 전시물제작을 진행 중에 있다. 모쪼록 신비한 가야사의 큰 퍼즐이 장수군과 남원시에서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문화재청 자료(호남문화유산 이야기 여행, 2011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