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성 필
㈜엄지식품 연구주임
한반도의 기후분포가 예전과 사뭇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지구 온난화라고 하는 것에 비추어 여름이 길어지고 또는 겨울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봄과 여름이 짧아진다고 한다. 겨울 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북극의 얼음이 온난화로 녹으면서 찬 기운이 한반도를 향해 내려오기 때문에 겨울 온도가 올라가기는커녕 되려 추위를 더 느낀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은 사실상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들과 알래스카 등의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음식에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뜨거운 여름에는 수분이 많고 싱거우면서 간단한 음식이 주류를 이루지만 추운 지방에는 고열량의 지방질이 있는 고기 등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 역시 길게 이어진 반도 국가로 위도상 북쪽 지방과 남쪽 지방의 음식문화는 완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민족의 공통음식인 김치만 하더라도 북쪽 지방의 김치는 약간 짜고 매운 성질이 강하다. 남쪽 지방은 상대적으로 약간 싱거우면서 담담한 맛을 보인다.
식단을 보더라도 북쪽 지방은 매우 간편하지만, 열량이 강한 음식이 대부분이고 남쪽은 풍성하지만 그렇게 열량이 강하지 않다. 이유인즉 기온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각 지방에 거주하는 집에서도 북쪽은 창문이 별로 없지만 남쪽 지역은 매우 많은 창이 벽체에 건설된다.
이처럼 각지의 지역에서는 문화라고 칭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기후의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어서 나름대로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한반도 남쪽 지방이라고 해서 겨울철에도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의 지형상 남쪽 지역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체면적이 겨울철의 기후 영향을 받는 일이 잦다. 따라서 음식에 관여한 일 년 열두 달의 형태도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게 된다.
현대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음식문화가 많이 변했다. 가정에서 스스로 집밥이라는 등식이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혼밥을 중심으로 외부식당이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요즈음의 식단은 식당에서의 감염우려로 인해 배달음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오죽하면 배달앱이 등장하고 그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섭취하는 등 우리나라만의 IT산업이 이제는 음식문화까지 대중화를 이루고 있을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음식의 종류 또한 뷔페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식단이 존재하여 풍부한 먹거리 장터가 이제는 핸드폰 안으로 들어와 있을 정도이다.
이제는 한반도 기후가 식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들린다. 대부분 외부의 식단에 귀를 기울임으로 인하여 날씨 등의 기후와 상관없는 소비자의 취향에 알맞은 음식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날씨에 각 가정에서의 냉장고 저장시설도 유통기한이 있고 이후 섭취 유효기간이 있는 관계로 기후와 연동되는 것이 아닌 시간과 연동되는 음식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잘 정돈되지 않은 가정에서의 냉장고를 보면 냉동실에는 몇 해 묵은 각종 식자재가 쌓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식자재나 먹고 남은 음식의 보관상태는 냉장고에 기대는 것이 아닌 요즈음의 기후변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건강을 담보로 할 수 있게 된다. 무조건식의 냉장 보관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의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의 미학이라는 의미에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철학이 존재하고 미식가들에 의한 맛집을 선택하는 것처럼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배 채우기식의 음식문화가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8월의 뜨거웠던 기후도 태풍과 함께 선선하다 못해 약간은 추위를 느끼는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가 예고된다. 한여름의 태양이 강들의 선선함으로 이어질 때 기후에 따른 음식의 변화를 직접 맛보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