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순 영
<행복한피아노음악학원장/ 플루트연주자>
한때 가요계에서는 번안곡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있었다. 아마 가수는 당시 차중락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아주 멋진 선율에 피아노 터치 음악이 가을을 알리면서 낙엽의 향수를 밟게 했던 노래인 것 같다.
외국 번안곡이지만 우리의 정서에 가장 알맞게 편집되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의 감성을 잊을 수 없을 정도의 감미로웠지만, 감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노래로 아마 지금도 그 노래가 나오면 추억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가을은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던 작은 사물이 병들어 시한부를 맞고 있었던 작은 소녀의 소망을 이루게 해준 소설 속의 이야기도 역시 떨지는 낙엽을 생각하게 하곤 한다.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랑이라는 구절이 반드시 들어간다. 우리 사회가 사랑에 메말라 있어서인지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 대중가요의 가사가 만연되어 있었고 이 노래 역시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되 가버린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낙엽 따라서 가버렸으니 다시 돌아올 순환적 계절의 가을은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으리라.
사실 나뭇잎은 떨어졌지만, 가을철 단풍나무의 낙엽은 우리에게 설렘의 대명사로 굳어져 있다. 우리 지역 내장산을 돌아보면 수많은 만 가지 단풍나무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오묘한 섭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여기에 사람의 관계를 말하면서 낙엽을 표현했으니 이 얼마나 가슴 벅차면서 감성 어린 말이란 것인가? 낙엽을 따라 가버린 사랑이라는 표현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움의 대상으로 바뀔 수 있기에 더욱 감성적인 면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랑의 감성적인 부문에 대한 한반도의 제일가는 고대시는 바로 ‘ 공무도하가’이다. 부부간의 인연의 끈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나타나 있는데 여기에는 낙엽이 아닌 물의 근원이 소개된다. 임에게 물을 건너지 말라고 했지만 임은 물을 건너게 되었고 결국 임은 물과 함께 사라져 버린 약간은 슬픈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
낙엽으로 표현하면 낙엽이 줄기에 매달릴 때의 소중함에서 단풍이 들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뭇잎이 떨어져 밟히는 낙엽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자연의 섭리가 철학적 사고로 이어지면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빗대어 많은 표현을 하기도 한다. 노랫가락의 표현으로 낙엽을 빗대어 했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물에 빗대어 표현했고 또 어떤 것에는 심지어 죽음을 빗대어 사랑의 표현을 하기도 했다.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이 회자하면서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가 옛이야기로 알려져 있는 것이 많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말에는 조건이 없고 오직 사랑 그 자체의 말에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 부부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얼핏 보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합의한 사랑의 표현이라고들 한다. 말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나리나 행위로 사랑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대이다 보니 이러한 표현을 빗대어 말 수 있는 것은 요즈음에는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노랫가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처럼 순수하고 낭만적인 의미의 선율과 노랫말이 아직도 우리의 귓전을 울릴 수 있지만 순수함을 상징하는 사랑의 단어들이 사물의 관계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들이다.
어느덧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추위를 느끼게 한다, 쓸쓸함의 상징이었던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또 그 낙엽이 쌓이는 거리에서 낙엽을 밟았던 추억의 그 날을 되새기면서 감성 어린 선율에 오늘도 몸을 기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