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숙
<전주국악협회 회장>
우리 사회가 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세계화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그것은 신세대의 젊음을 상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 나이가 들면 청순하고 애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기를 돌게 하는 국악이 새로운 인생의 뒤를 열어주는 문화예술이 된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국악 꿈나무로 배양되고 성장하면서 오늘날 국악 신동으로 불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각급학교에서 서양음악과 국악을 동시에 배우면서 국악이라는 전통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예전에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 국악에 입문하는 것이 피를 토하는 심정뿐만 아니라 실제로 피를 토하는 하소연을 하는 어린 창이 당시 전문가를 꿈꾸는 명창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 가락이 서양과 비교해서 화음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렵지만, 장단이나 고저 등에서는 서양음악이 따라올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퓨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음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퓨전 음식이라고 해서 한식도 아닌 것이 서양식도 아닌 것이 아니면 외국의 음식과 한식 등을 조화한 것인지 이러한 퓨전이라는 말이 주변에 들리게 된다.
그래서 국악이라는 장르에서는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 모를 퓨전국악이라는 말이 애칭이 아닌 정식언어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퓨전국악은 사실상 서양음악을 대표하는 일부 악기에 노랫가락도 순수한 판소리가 아닌 민요 형태를 서양식으로 결합하면서 생겨났다.
약간은 지루할성싶은 국악의 전통 가락보다는 흥겨운 가락으로 표현하면서 서양식 음악을 가미하여 절묘하게 장르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퓨전국악이라고 했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보다는 다분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약간은 편곡된 국악 풍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악기는 가야금과 해금을 비롯하여 어느 때에는 서양악기인 신디건반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노랫가락은 전통 가락을 빗댄 창법으로 민요를 멋들어지게 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이나 장구 등을 포함하면서 약간은 화려한 음색을 돋보이게 한다.
전통 가락으로 전문가를 자부하는 명창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거나 생경한 느낌이 들 것이다. 또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음악이라고 해서 아예 국악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일 수도 있다. 그만큼 국악의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켜온 국악인들의 자존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찌하오리까!.
서양음악, 그것도 대중음악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글로벌시대의 K팝이라는 용어로 세계적 음악을 누리는 것에 비교하면 우리의 국악이라는 전통 가락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벗어나 일취월장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은 국악의 신동이라고 할지라도 요즈음의 대세를 넘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차제에 국악 역시 젊은이들이나 세계 속에 어울림을 가질 수 있는 퓨전국악 형태의 새로운 음악 장르에 관심을 가져볼 만도 하다.
이러한 퓨전국악이 차츰 각종 공연마당에 차츰 등장하고 그 등장 폭이 매우 다양하게 움직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퓨전국악 형태로 연주가 되면서 국악에 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대중들에게 조금은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음악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형태의 음악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국악에 그 시초를 두면서 약간은 개량적 형태로 이루어져 이를 우리는 퓨전국악이라고 부른다.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를 독차지하는 대중음악과 별개로 전문적인 음악의 형태를 추구하면서 우리 가락을 알리는 것도 매우 중요할 때이다.
요즈음 온라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퓨전국악에 관한 관심과 장르를 넘나드는 국악의 새로움에 빠져보는 것도 코로나 19시대를 이겨나가는 문화예술의 보고(寶庫)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