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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술 택견


윤 현 정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이학박사>
 
바야흐로 만산홍엽으로 산하가 물드는 계절이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해진  환절기에 평소 규칙적인 스트레칭 없이 경직된 근육으로 단풍놀이 가다가는 근육통, 관절염 등으로 겨우 내내 고생할 수 있다. 이럴 때 춤을 추듯 가볍게 심신을 풀어줄 전통무술이 있다. 바로 택견이다.

택견은 우리나라 전통무술의 하나이다. 유연하고 율동적인 춤을 추는 듯한 동작으로 손과 발을 활용하는데 순간적으로 신축·팽창하면서 생기는 탄력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한국의 전통 무술이다.

우아한 몸놀림의 노련한 택견 전수자는 직선적이고 강력한 기세를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부드럽고 곡선을 그리듯이 움직이지만, 엄청난 유연성과 힘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지만, 택견은 모든 가능한 전투 방법을 이용하며 다양한 공격과 방어 기술을 강조하는 효과적인 무술이라고 할 수 있다.

택견은 보기에는 정적이고 품위 있으나 근본적으로 활력 있으며 심지어 치명적이다. 발동작이 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천천히 꿈틀거리고 비트는 유연하고 곡선적인 동작들을 보노라면 우습게 보여 어떤 이는 택견이 춤인지 무술인지 의구심을 가진다. 그러나 전수자에 내재된 에너지는 엄청난 유연성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조선 왕조 시대부터, 택견은 한국 문화의 정수와 대중의 기쁨 및 슬픔을 반영하는 전통 무술로 전승되었다. 예로부터 택견은 강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다. 택견은 본디 생존을 위한 무술과 마을 단위의 여가 활동으로 발달했다. 이후에 농업 문화의 계절적 전통의 일환으로 보급되어 대보름(음력 1월 15일), 단오(음력 5월 5일), 백중(음력 7월 15일), 추석(음력 8월 15일)과 같은 특별한 민속 행사에서 행해졌다.
 
일반적으로, 마을 간의 대중 시합은 계절마다 열렸다. 따라서 전승되는 동안, 택견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결속을 증진하고 공동체 정신을 고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기에 택견은 자신보다 상대를, 개인보다 집단을 배려하도록 가르치는 예절의 스포츠이다.

한편, 한국 문화의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인 천인합일, 심신합일 정신과 원융무애한 온전함을 대표한다. 이러한 택견은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첫째, 곡선을 그리는 듯한 움직임이 특징이어서 외적으로는 부드러우나 내적으로는 강한 外柔內剛(외유내강)의 무술이다.

둘째, 우아함과 품위를 강조하는 자연스럽고 천연의 무용적 리듬을 갖춘 無爲自然(무위자연)의 무술이다.

셋째, 걸고 차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공격과 방어의 조화를 이루는 실질적이고 통합된 實用融合(실용융합)의 무술이다.

동작은 무척 온유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지만, 모든 가능한 전투 방법을 이용하며 다양한 공격과 방어 기술을 강조하는 효과적이며 역동적인 무술이다.

이러한 택견의 수련은 ① 혼자익히기 : 기본자세, 서서익히기(품밟기, 활개짓, 발질과 손질), 나가며 익히기(활개짓, 손질, 발질), ② 마주메기기, ③ 견주기(대걸이, 겨눔수)로 나눌 수 있다.

택견은 언제나 우리 산하의 모습처럼 부드럽게 춤을 추듯 굼실대다 순간 몸을 놀려 탄력 있게 공방을 이루어 낸다. 처마 끝 풍경을 울리고 달아나는 바람처럼 여유롭게 우쭐대며 가볍게 상대를 제압한다. 또한 공방의 어느 한 가지에만 치우치지 않고, 단순한 자세로 멈추어 있지도 않는다. 이 무술은 경쟁자를 쓰러뜨리는 무술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무술이며 정신 수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격투기와는 다르다.
 
한국택견협회는 이 전통 무술의 계승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85개의 교육 센터가 택견 전수자의 주된 활동지이다. 택견은 또한 수습 전수제를 통해 전수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3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가 그 문화유산적 가치가 독특하고 뛰어나 2011년 UNESCO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정경화가 택견보유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박효순이 전수교육조교로 전승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보존단체인 택견보존회(2013년 인정)가 택견의 원형보존과 활발한 전승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택견협회 본부가 소재한 충주시는 택견의 전수, 전파, 홍보를 위해 체계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가벼운 몇 가지 동작을 숙련하여 우리 일상에 활력과 유산소를 공급하면서 건강하고 유연해진 몸과 정신으로 산뜻한 가을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권유해본다.
(출처 : 《국립무형유산원》 홈피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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