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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윷놀이 (1)


 윤 현 정
<원예술대학교 교수, 이학박사>
 
일상생활에서 계절에 맞추어 관습적으로 되풀이하는 세시풍속 중 누구나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즐기는 대표적인 전통놀이로 ‘윷놀이’를 손꼽을 수 있다. 아마도 이글을 읽는 독자들은 윷놀이를 떠올리면 어린 시절 가족과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훈훈한 미소가 저절로 퍼지리라.

이처럼 전통적으로 우리민족에게 사랑받았던 윷놀이이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 그 정설이 확실치 않다.
다만, 부족연맹국가시대에 부여의 관직명인 저가(猪加)·구가(狗加)·우가(牛加)·마가(馬加)·대사(大使)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가설이 매우 유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자료는 중국의 『북사』와 『태평어람』인데 여기에 부여의 저포(樗蒲)·악삭(握槊) 등의 잡희가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고구려, 백제, 신라시대에도 윷놀이가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므로 윷놀이의 기원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소급될 수 있겠다.

윷판 역시 그 유래를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고려 말 이색(李穡)은 『목은집』에서 저포를 세시풍속이라 하고 현재의 윷판과 같은 것으로 윷말을 써 가며 저포놀이를 하는데 변화가 무궁하고 강약을 가릴 수 없는 이변도 생겨서 턱이 떨어질 지경으로 우습다고 기록하였다. 이로보아 현행의 윷판은 고려말 이전에 완성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남녀노소가 어울려 윷놀이하는 광경을 그린 시도 있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와 이수광의 『지봉유설』 에도 윷놀이에 대한 기록이 있고, 특히 김문표의 『중경지』 ‘사도설조’에서 윷판 중앙의 ‘방혀’는 북극성이고 윷판의 바깥까지 둥근 모양은 하늘을, 안의 모난 것은 땅을, 윷판을 이루는 점들은 별자리를 뜻한다고 했다.

그리고 윷판의 네 점과 중점을 오행에 견주어 설명하였고, 윷말이 윷판을 돌아 나오는 양상을 춘분·하지·추분·동지에 비유하였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사희변증설조’에서는 주역과 성리학적 견지에서 윷놀이를 논술하고 있다.

그리고 『동국세시기』에서는 윷과 윷판뿐만 아니라 윷패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에 널리 전승되었고, 고려 말 이전에 현행 윷판과 같은 것이 쓰이면서 시에 등장할 정도로 성행하였고, 나아가서 조선조에는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될 정도로 크게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윷의 종류는 가락윷·밤윷·콩윷 등으로 구분된다. 가락윷은 장작윷과 싸리윷이 있다. 윷은 주로 밤나무나 박달나무, 붉은 통싸리나무 등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장작윷은 크고 길다. 길이 20cm 정도에 직경 3~5센티미터 정도의 소나무 두 개를 쪼개어 만들고, 싸리윷은 길이 10cm에 직경 2cm 가량의 싸리나무를 쪼개어 만든다. 가락윷은 대체로 중부지방에서 많이 가지고 논다.

장작윷은 방에서는 큰 제약 없지만, 마당에서 놀 때는 멍석에 말판을 그리고, 높이 1m정도로 던지면서 무릎을 치며 큰소리로 흥을 돋구기도 한다. 멍석 밖으로 윷짝(가락)이 하나라도 나가면 '하락', 정해 놓은 높이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상락'이라 하여 윷말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윷놀이의 특징이다.

밤윷은 생긴 모양이 밤알같이 작고 굵기가 새끼손가락 정도되며, 길이는 3cm 정도 되는 윷을 종지에 담아 손바닥으로 움켜쥐고 흔들어 바닥에 붓는 식으로 논다. 주로 경상도 등의 남부지방에서 많이 논다.

콩윷이나 팥윷은 콩이나 팥알의 절반을 쪼개어 만든 윷으로 주로 북부지방에서 많이 논다. 그리고 윷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데, 남자들은 주로 바둑알을 많이 이용하고 여자들은 숯이나 사금파리 등을 이용한다.

윷놀이를 할 장소가 결정되고 편을 가르면 바로 윷놀이가 시작된다. 인원수의 제약을 받지 않으나 보통 네명이 서로 편을 갈라서 하는 것이 상례로 이때는 작편 사람들이 서로 섞바뀌어 윳을 던진다. 편이 정해지면 먼저 윷을 던져서 선후의 차례를 정한다. 선후가 결정되면 상대편과 교대로 윷을 던진다.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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