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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윷놀이 (3)


 윤 현 정
<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이학박사>
 
(2)편에서 계속
윷판은 농토이고, 윷말은 놀이꾼이 윷을 던져 나온 윷패에 따라 움직이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해 풍년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윷놀이는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윷패의 변화이다. 윷패는 도·개·걸·윷으로 일컬어지는 ‘사진법’ 놀이에서 도·개·걸·윷·모로 일컬어지는 ‘오진법’ 놀이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은 ‘뒤도’가 하나 더 생겨나서 ‘육진법’의 놀이로 변화되었다.

‘뒤도’란 윷 하나에 특정하게 표시하여 놀이를 할 때 이것 하나만 젖혀지면 도가 아니고 뒤도라 하여 윷말이 앞으로 한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한밭 후퇴하게 된다.

따라서 윷패가 하나 더 생겨나고 윷말이 후진함으로 해서 많은 변수를 초래하여 더 큰 흥미를 유발한다.

도 자리에 있던 윷말이 다음에 뒤도를 하면 한밭 후진하여 곧장 참으로 간다. 때로는 윷을 하여 마지막 동이 났지만 사리를 하면 한 번 더 노는 규칙에 따라 던져서 뒤도가 나면 참의 자리로 되돌아 와야 하는 끔찍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승패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 뒤도의 등장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나타난 복잡한 사회 병리적 현상이나 부동산 투기 등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투기심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한편, 윷놀이는 개인이 지닌 한해의 길흉을 판단하는 신수점(身數占)을 볼 때에도 활용되곤 하였다.

섣달 그믐날 밤이나 설날에 윳으로 그 해의 길흉을 알아보는 윳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많은 사람이 편을 짜서 집단으로 놀아 그 결과로 마을의 운수를 점치거나 그 해의 풍흉을 점치는 것과 또 하나는 개인이 윳을 놀아 나타난 숫자로 자신의 운수를 점치는 것이다.

전자는 남녀가 편을 가르거나 짚을 길고 짧은 두가지로 잘라 제비를 뽑게 하여 편을 가르고 한패는 수답 또 한패는 천수답 등으로 이름을 정하고 윳놀이를 하여 그 승부에 따라 풍흉을 점치는 것이다.

개인의 윳점은 윳을 세 번 던져 쾌를 만들고 괘사(卦辭)를 얻는다. 예를 들어 첫 번째에 도, 두 번째에 개, 세 번째 걸이 나오면 도개걸 또는 그 수로써 1, 2, 3등으로 괘를 만들어 이것을 64괘로 풀이한 괘사에 맞추어 점치는 것이다.

괘사의 예를 들면 도도도(乾卦 : 어린아이가 자모를 만난다), 도도걸(同人卦: 어두운 밤에 촛불을 얻다), 도도모(無妄卦: 파리가 봄을 만난다), 도도개(履卦: 쥐가 창고속에 들어간다) 등이 있다. 윳점은 방법이 간단해서 예로부터 부녀자와 아동들 사이에 널리 행하여졌다.

농경사회에 있어서 농사의 흉풍은 삶과 직결된다. 그래서 농한기인 겨울철에도 세시풍속을 통해 항구적인 풍년농사를 기원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에 윷놀이를 통해 지연·혈연집단을 하나로 단합시켰을 뿐만 아니라 풍년을 갈망하였다. 윷놀이는 농경사회에 기반을 두고 전승되어 왔으나 산업사회에서도 기능적으로 적응하면서 왕성한 생명력을 지니고 지금까지 즐거운 세시풍속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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