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전라도 천년의 춤을 기대하며


노 현 택
<전주무용협회 회장/ 전)도립국악원 교수>

 
전라도라고 하는 지역의 명칭은 전주와 나주를 합성하여 이루어진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이것을 전북과 전남으로 나뉘고 또 광역지자체인 광주로 나누면서 전라도의 행정 지역은 지금 3곳으로 분할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를 통칭하여 전라도 그리고 경상도 충정도 하듯이 전라도라는 명칭에 알맞은 지역사회 형태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전라도만의 각종 생활상이 기본으로 되어 있고 약간의 소지역 형태에 따라 생활상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전라도는 한반도 남쪽 서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남쪽 한반도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선이 사실상 경기도와 전라도를 이르는 것인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으로 보면 서쪽 지역의 생활상이 바로 고대 한반도의 백제지역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통일신라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고 현대사회에 이르면서 전라도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하고 지역사회의 한 축으로 보인 것이 사실이다. 이쪽 사람들은 개발 시대에 소외되었고 지역 차별의 근원을 겪었지만 다 정치인들의 속셈이었지 우리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결국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우리 땅에서 전라도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특색있는 전통의 문화가 이어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생활의 근본이기도 했다.

전라도가 천년을 이어오면서 춤의 향연을 펼치는 것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적 흐름을 통해 이어온 도도한 예술의 가치였다. 천년을 이어온 춤의 가치는 다시 재조명되면서 이제는 고품격의 예술로 승화되기 시작했고 매년 전라도 천년의 춤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부제로 한국의 명작이라는 의미로 계승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춤에 대한 의미를 보면 그 갈래가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라도 천년이라는 말에는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적인 춤의 기원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을 상징하는 각종 춤의 형식과 내용은 가히 국보급 무형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도 전라도 천년의 춤으로 대면하는 춤의 가짓수는 대략 8개 정도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한국의 명작 춤이라고 할 수 있는 형식의 제목에 명작 춤을 선사하는 전문 춤꾼들의 기량 또한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버꾸춤은 전남 완도지방의 농악을 무대화한 춤으로 해안가에서 배를 띄우기 전에 무사 안녕을 비눈 제례의 일환으로 있었다. 그리고 십이체장고춤이라고 하는 춤은 12가지의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제말기 대정권번의 기생으로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전주 부채춤은 전주 시나위와 합죽선 그리고 부안 명기 매창의 ‘ 이화의 흩날릴 제 ’ 가 남도민요 흥타령으로 더해져 살풀이춤의 그늘지고 깊은 호흡의 춤사위와 어울려 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춤이다.

또한 조갑녀류민살풀이춤은 우리 민족의 깊은 한과 신명을 무겁고 절제된 가락으로 속 멋을 풀어내어 승화시킨 춤으로 알려져 있고 남원 검무는 구한말 조선 제국의 고종과 순종의 진연을 진두지휘했던 춤이다.

더불어 호남산조춤은 전북무형문화재 47호로 지정되어 호남의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산조 음악에 맞추는 입춤형식의 춤이다. 특히 이 춤은 호남지방의 기방춤의 성향으로 천지인의 조화와 절주를 따르는 몸과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했다.

그리고 살풀이춤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을 풀어주는 춤으로 전라도 천년의 춤에서는 계현순의 춤으로 수건을 공중에 던지거나 입으로 애처롭게 물어 올리는 사위는 심금을 울린다. 마지막으로 태평무는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으로 엄숙함과 장중함이 특징이며 율동이 크고 팔사위가 우아하고 화려하여 춤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전라도 천년의 춤은 각기 장르에서 매우 독특하면서 우리 역사와 함께했다. 이제는 이를 더욱 계승 발전하여 최고의 춤꾼들이 펼치는 춤의 향연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