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환
<익산소방서 의무소방원 수방>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 18세기 프랑스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언급했다고 알려진 일화이다. 사람은 본인이 사는 세상이 곧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다.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현대에 와서 앙투아네트가 말했다고 알려진 저 발언은 사실 여부가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힘을 얻고 있지만, 저 문장은 이곳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입대 전 내가 생활했던 곳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도시 중 하나였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었다. 현재 제한된 면적에 익산시민 전체 인구와 비슷한 인원이 살고 있고, 많은 개발로 인해 부동산 정책에 아주 민감한 그런 지역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익산에 살던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때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은 내가 매일 생활하는 공간이 되었고, 내 사고방식도 공간에 맞춰 바뀌어나갔다. 돈에 대한 욕심이 더욱 많아졌고,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그곳에서 살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전에 비해 굉장히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고, 대한민국에 잘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곳에서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했기에.
하지만, 소방서 생활을 하며 내가 성급한 일반화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동 현장에 가보면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각자 다양한 사연과 이유가 있었고, 이상하게도 출동이 필요한 일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보살펴 줄 사람이 없기에 본인이 아플 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119 뿐이었고, 안전상으로 보다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에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았다.
어느 한 면접 때 받은 질문이 있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관한 질문이었다. 내 답변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넓은 세상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때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넓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시간의 흐름과는 비례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서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산소방서에서의 군생활은 지금까지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방서에서의 군생활이었기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평생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소방은 내가 우물 안에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