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이후 1호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제1호 체포영장에 이어 제1호 수사 사건, 또 황제 의전 등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고발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서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공수처 출범 제1호 청구)체포영장을 발급했다가 기각되자, (공수처 출범 제1호 청구)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수처의 제1호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되었다.
법원은 기각 이유에 대해서 피의자에 대한 출석 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 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피의자)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도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형사 피의자의 방어권을 적절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공수처가 규칙과 규율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가 손 검사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지난 23일 청구했음에도 당사자에게 늦게 25일에 알린 것이다.
변협은 이같은 공수처의 수사방식이 용납된다면 체포영장 기각 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게되면 구속영장 청구가 남용될 소지가 있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사 관행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공수처는 체면을 구겼을 뿐만 아니라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도 터덕거리게 됐다.
이에 앞서 공수처는 제1호 수사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문제를 대상으로 삼았다가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2018년 11월30일 공고된 중등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특별채용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배제를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2018년 12월31일 교사 5명을 특별채용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에 대해서 수사에 착수한 배경은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감사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8년 7월~8월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검토 및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부교육감과 담당 국·과장 반대에도 특별채용 추진(안) 문서에 단독 결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제도는 불가피하게 교단을 떠나게 된 교원의 교권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법률로 보장된 정당한 절차로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도 일상적으로 추진하는 행정행위라고 반발했다.
공수처의 조 교육감 1호 수사가 진행되자, 진보 진영에서는 조 교육감이 관련 법령에 따라 해직교사를 당해 학교가 채용하지 않아 교육청에서 특별 채용해서 구조해준 것을 비위로 보고, 그것도 1호 사건으로 수사하느냐고 비판했다.
여당 측에서도 이같은 공수처의 1호 수사에 대해서 당황하기도 했었다.
공수처는 또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조치와 관련된 조사에서는 공수처 차량을 제공해 출석시키는 이른바 황제 의전을 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공수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지만 집권시 검찰의 반대 등으로 설치하지 못했다가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법안을 제정했고, 지난 1월에 출범시켰다.
따라서 오랜 산고 끝에 출범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비위 등에 대해서 법과 법령에 따라 제대로 수사해서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막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정부 기구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묵 서울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