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곡물 수급 불안에 따른 식량의 무기화 대응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자원경영과 농업연구사 김 홍 기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에 따라 종식이 언제일지 기한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파급은 세계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연쇄적으로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유가 상승 및 원자재 수급 불안과 물동량의 원활한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위기의 상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곡물 수급 불안에 따른 식량의 무기화에 대응하기에 취약한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보리, 해바라기유 주요 생산 및 수출국으로 우크라이나 세계 곡물 교역량 점유율은 옥수수 14%, 밀 9%, 보리 10%, 해바라기유 43%이며, 러시아는 밀 20%, 보리 14%, 해바라기유 20%로 흑해 지역의 곡물은 주로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흑해 지역 곡물 수출량 감소 우려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르헨티나, 이집트, 헝가리, 불가리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의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로 최근 국제곡물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바구니’라 불릴 정도로 곡물 생산량 및 수출량이 많으며 러시아는 2000년대 초에 밀 순수출국으로 전환된 이후 수출량이 급증하여 국제곡물 시장에서 영향력이 대단히 높은 국가로 전쟁의 진행 상황에 따라 국제곡물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며, 이러한 고곡가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합사료 및 식품제조업에 사용되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 시장의 수급 및 가격 변동성이 국내 배합사료, 가공식품, 축산물, 외식업의 생산활동 및 물가 변동성으로 전이된다. 전쟁으로 인하여 해당 국가에서의 수입 물량은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밀, 옥수수 등의 공급 감소에 따른 대체재 및 보완재의 가격도 동반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가공식품, 외식, 축산물 물가 상승이 당면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2020년 현재 31.2kg으로 쌀 57.7kg 다음으로 많으며, 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을 대체한 다양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곡물 수급 불안에 따른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우리나라의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율은 45.8%로 쌀 자급율은 92.8%, 밀 자급율은 0.8%이며, 2021년 전라북도 밀 재배면적은 1,855ha로 전국 재배면적의 29.8%를 점유하고 있는 밀 생산 주산지이지만 수입 밀 대비 3~4배 비싼 가격에 따른 국산 밀 소비감소로 재고량 증가와 낮은 가공적성, 겨울철 돌발기상 및 이상 고온현상 등으로 인하여 재배면적을 확대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밀 자급률을 2025년 5%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밀 자급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이모작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는 밀의 신품종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겨울 기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한 상황에 적응이 가능하며, 밀 수확이 완료된 후 이모작 쌀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종이어야 한다.

둘째, 밀가루 형태로 가공하여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 수 있는 가공적성이 좋은 품종이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수입 밀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가공적성 마저 낮을 경우,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에서도 뒤처지게 되어 우리 밀은 더이상 시장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셋째, 최근 3년간 10a당 전라북도 밀재배 평균 소득은 152,527원으로 매우 낮으며, 광열비, 노동비, 농약 및 비료비, 재료비 등 경영비의 상승과 낮은 수익으로 인해 이모작 농가의 경우, 소득 향상보다는 벼 이앙 시기에 투입할 경영비 마련을 목적으로 밀을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논에서 이모작으로 대체할 수 있는 마늘, 양파도 최근 생산량에 따라 가격 등락 폭이 커지고 있어, 농가에서 안정적인 이모작 작물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수매를 통한 안정적인 판로확보 및 농가소득이 보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글로벌 경제체제는 교역 국가와의 상대적 비교우위의 논리에 의해 성립되어 과거에 비해 많은 수입 농산물이 국내로 유입되어 유통되고 소비되었다. 또한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밀가루 소비량은 외식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간 삶의 기본인 의·식·주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글로벌 경제체제로 전환이 되어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항목으로, 역설적으로 글로벌 경제체제에 따라 특정 국가의 식량 생산 감소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니더라도 세계 곡물시장에서 돌발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으로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갈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자원경영과 농업연구사 김 홍 기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