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개었다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이네
하늘의 이치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의 인정이랴.
칭찬하다 어느새 도리어 나를 비방하고
명예를 마다한다더니 오히려 명예를 구하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어찌 봄이 주관하리오
구름이 가고 오는 것을 산은 간여치 않는다오.
세상 사람들아 모쪼록 기억하시오
기쁨을 얻고자 하나 평생 즐거운 곳은 어디에도 없다오.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憶, 取歡無處得平生.
- 梅月堂 金時習
‘사청사우’는 잠깐 개었다 내리는 비로 변덕스러운 날씨를 가리킨다. 이를 통해 세상사의 변덕스러운 인심을 비판하고자 하였던 김시습이 지은 한시이다.
시인은 세상일을 가늠하기가 종잡을 수 없는 변덕쟁이 날씨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한때 자신을 칭찬하던 사람들이 돌아서면 오히려 더 모질게 비난하며, 입으로는 혁명가처럼 말하면서 세상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실제적 삶에서는 명예와 욕망을 위해 속물처럼 행동한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세상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지만, 대개 이런 인과관계는 인간사의 기대와 바람에서 기인하기 마련이다.
이에 비하여 대자연의 섭리는 언제나 무심한 듯 영원하며 불변한다. 꽃이 늦게 피거나 혹은 일찍 시든다고 하여 언제 봄이 안달을 하더란 말인가? 구름이 오고 가는 것에 대해 언제 산이 못 마땅해 하며 간섭을 한 적이 있더란 말인가?
사람들은 언제나 기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인간 세상 어디에 영원한 기쁨이나 영원한 사랑 같은 것이 존재하는 곳이 있더란 말인가?
매월당이 절치부심 가운데 깨달았던 천고의 진리를 가슴속에 새기며 세속에 물든 욕망의 찌꺼기를 비워내고자 오늘도 나는 심산유곡의 산사를 향하였다.
먹구름에 폭우가 쏟아지다 갑자기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비추다가 또다시 소나기가 퍼붓기를 반복하는 참으로 변덕스러운 ‘사청사우’의 날씨였지만, 변덕쟁이 날씨의 고집을 꺾고 기어이 설악산의 ‘백담사’와 ‘화암사’ 그리고 금강산이 시작되는 초입의 ‘건봉사’를 찾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백담사는 ‘한용운’이 거처하며 〈님의 침묵〉, 〈불교유신론〉 등을 집필하여 만해 사상의 산실이 된 사찰이다. 건봉사는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보존돼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의 승병 봉기처이기도 하다.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화암사는 주변에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화암폭포’와 ‘수바위’ 그리고 ‘울산바위’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명승지이다.
借此雲窓眠, 靜夜心獨苦. 安得枕下泉, 去作人間雨.
주자의 시를 만해가 직접 쓴 작품이다.
구름 비낀 창문 아래 잠들었다가 고요한 밤 홀로 깨어 괴로워 하네.
어찌하면 배게 밑 샘물 얻어서, 인간 세상에 뿌려줄 비를 만들꼬.
‘원이삼점(圓伊三點)’은 다양한 설이 있지만 대체로 불(佛), 법(法), 승(僧)의 삼보를 상징하여 '삼보륜'이라 한다. 혹은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의 삼법인을 상징한다고도 하며, 법신, 보신, 화신의 삼신불로 삼위일체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조계종을 나타내는 문장(紋章)이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