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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자애 - 自重自愛

박황희 고전번역학자 칼럼





요즘 정치뉴스 가운데 특정인이 자신의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그 부당함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고자 할 때 그 정치적 반대자들로부터 ‘자중자애 하라’ 라는 언사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대개는 상대의 발언을 제압하려거나 관심 사항으로 부각 되는 상대의 주장을 폄하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때 사용하는 ‘자중자애’의 의미는 좀 나대지 말고 진중히 처신하라거나 조용히 물러나 자신을 성찰하라는 등의 상대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네 탓’ ‘내 탓’ 공방하며 서로 자중자애 하라고 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이 말의 원래 의미를 알고서 사용하는 것일까?

자중자애하라는 말은 원래 상대를 비하하거나 상대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그런 의미의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를 위로하는 말에서 출발하였다. 그렇다면 자중자애의 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고문서나 간찰[서간문-옛 편지] 등에 빈번하게 사용하는 자중자애라는 단어는 부모의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에게 쓰는 위로의 말로서, 대개 ‘절애순변(節哀順變)’과 짝을 이루어 쓰일 때가 많다.

‘절애순변’이란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인데, 어버이의 상례는 가장 애통한 일이지만 ‘그 슬픔을 절제하고 현실의 변화에 순응하라’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곧 이 말은 비록 어버이의 상을 당하여 매우 상심이 크겠지만 그래도 슬픔을 절제하고 어버이가 돌아가신 현실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덧붙여 ‘자중자애(自重自愛)’ 하라는 말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몸을 아끼라’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절애순변하고 자중자애 하라’라는 말의 뜻은 어버이의 상으로 인해서 지나치게 애통해하며 곡을 하다 자신의 몸이 상하기까지 슬퍼하지 말고 남은 유가족들과 살아갈 내일을 생각하여 ‘슬픔을 절제하고 이미 벌어진 변화된 상황에 순응하여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라’라는 의미이다.

여기에서 의미가 확대되어 현대에 와서는 말이나 행동, 몸가짐을 삼가 신중하게 한다는 의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치인들이 설마 이런 속뜻을 알고서 사용하는 것은 아닐 테지~, 단어의 출전이나 낱말의 어원을 알고 나면 참으로 재밌고 놀라운 일이 많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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