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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없는 것이 가난한 것이 아니라 ‘학문(學問)’이 없는 삶이 진정 가난한 것이다.
지위가 없는 것이 비천한 것이 아니라 ‘염치(廉恥)’가 없는 삶이 진정 비천한 것이다.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이 단명한 것이 아니라 ‘저술(著述)’이 없는 삶이 진정 단명한 것이다.
자식이 없는 것이 외로운 것이 아니라 ‘덕성(德性)’이 없는 삶이 진정 외로운 것이다.
無財非貧, 無學乃爲貧.
無位非賤, 無恥乃爲賤.
無年非夭, 無述乃爲夭.
無子非孤, 無德乃爲孤.
- 왕영빈(王永彬)의 《위로야화(圍爐夜話)》 중에서
가치 있는 인생을 지향한다면 ‘학문’과 ‘염치’와 ‘저술’과 ‘덕성’이 매우 중요하단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무우비독, 무여내위독.’
無友非獨, 無旅乃爲獨.
친구가 없는 것이 고독한 것이 아니라 ‘여행(旅行)’이 없는 삶이 진정 고독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사마천을 일컬어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여행한[讀萬卷書 行萬里路]” 사람이라 하는데, 요즘엔 여기에 더하여 ‘만 명의 벗과 교제하라[交萬人友]’는 격언이 추가되었다.
책에서 배우는 공부가 가두리 양식장에서 얻어지는 생선이라면, 여행을 통해 배우는 공부는 자연산 활어와 같은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신선한 생동감이 있다.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지식’이라면, 낯선 여행지에서 세상을 통해 배우는 교훈은 ‘지혜’이다.
나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 한다. 공부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 인생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책을 통해서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된다면 여행을 통해서는 세상에 대한 견문이 넓혀져서 비로소 자신의 안목의 빈곤과 사유의 편협함을 깨닫게 된다.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차를 살 것이 아니라 빚을 내서라도 책을 사고 여행을 해야 할 이유이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동시대를 사는 많은 이웃을 만나서 그들의 삶을 경청하고 다양한 인생을 배우고 싶다.
군대를 제대한 후 처음으로 산에 올랐다. 산악행군에 진절머리가 나 평생 산에는 안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산적 친구들의 도움으로 등산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사대문 안에서 초중고를 마친 내가 난생처음 북한산 등반이라니, 풍경으로만 보였던 북한산이 친근한 벗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문수봉에 올라 문수보살의 지혜와 산의 정기를 받았으려니 싶었는데, 녹초가 된 몸으로 막걸리에 대취해 마님께 베개로 두 방이나 얻어맞고 문간방에서 오뉴월 개구리마냥 뻗고 말았다. 지혜는 커녕 뒷골이 먹먹하고 온갖 삭신이 다 아프고 쑤신다.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이라는 신기한 수첩을 받았다. 22개 국립공원을 모두 등반할 수 있다면 나의 삶도 복 받은 인생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벗이 있고 여행할 수 있는 건강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다.
비록 난폭한 마님께 얻어 맞고 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