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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고소하는 나라

최준호 칼럼
얼마 전 TV에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황당한 광경을 목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탐사전문 유튜브 채널인 ‘더탐사’로부터 제보받은 내용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을 상대로 질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한 장관을 포함한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 당시 현장에서 첼로 연주를 해줬다는 첼리스트가 오빠라는 남자한테 통화를 하면서 나눈 녹취물을 틀면서 제보의 신뢰성을 높였다.

김 의원의 사실여부 확인 질문과 함께 녹취된 대화 내용을 들은 한 장관은 흥분하면서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만약 이게 사실이면 나는 장관직 등 모든 것을 걸테니 김 의원은 뭐를 걸겠냐”며 마치 도박장에서나 있을 수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거짓말로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질의하는 국회의원을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언제부터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의 장이 이렇게 당당하고 무례하고 오만해 졌는지 목불인견이다. 물론 질의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폭로성으로 일관한 태도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제보를 받아 사실 확인이 필요한 일이라 판단해 국무위원에게 질의하는 건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그런데 자제력을 잃고 흥분해 마치 도박장에서 내기하듯 뭘 걸겠다며 소리 지른 행위는 ‘일국의 장관’이 할 짓은 아니지 않는가. 국민을 대표한 의원의 질문에 “아니면 아니다, 맞으면 맞다”고 답하면 되고, 질문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기 때문에 고소, 고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쯤은 한 장관도 잘 알 것 아닌가.

국회에서나 법정에서나 진실은 질문과 답변 형식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아마 질문을 고소하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좌파 전체주의국가와 아프리카와 남미 우파 전체주의국가들 정도일 것이다. 한 장관 논리라면 앞으로 법정에서 검사가 질문할 때 피고인이나 증인은 질문 하나 하나를 트집 잡아 검사를 직권남용죄로 공수처에 고소해도 되겠다. 누구보다 검사 출신인 한 장관이 잘 알 것 아닌가. 

한 장관! 그만 좀 하면 좋겠다. 국민 보기에 역겹고 추하고 초라하고 없어 보인다. 

독자들 판단에 도움 되시라고 ‘윤대통령 및 한동훈 장관의 술자리 논란’에 관한 내용을 증거법적으로 고찰한 전석진 변호사의 뛰어난 글을 여기에 옮긴다.

“김의겸 의원이 국회에서 폭로한 윤 대통령-한 장관의 술자리 사태에 대하여 증거법적으로 고찰해 보자. 지금까지 나타난 이번 사태의 핵심 두 증거는 모두 음성 녹음이다. 하나는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와 그의 남자 친구 녹취록이고 다른 하나는 이세창 총재와 강진구 기자와의 녹취록이다. 녹취록은 그 내용이 증명의 주제가 되면 전문증거가 된다. 녹취록으로 된 전문 증거는 판례에 의하면 녹음자의 진술에 의하여 녹음된 진술 내용이 그가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될 것,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될 것 둘이다. 첫 번째 녹음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가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임이 증명될 것인데 본건에서 첼리스트 녹음의 경우 그 남자 친구가 녹음의 적정성을 인정하고 있고 첼리스트의 오빠도 녹음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이 요건은 갖춰 졌다고 보인다.

둘째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인가 요건이다. 이 요건에 대하여 판례는 녹음 파일의 경우에는 녹음파일이 조작이 된 증거가 없는 한 대체로 인정하는 경향이다. 본건에서 녹음 파일이 조작된 정황은 없고 진술자인 첼리스트가 특별히 말을 만들어 내어 진술을 하였을 것이라는 사정도 없으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결국 두 녹음 파일은 다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그 내용을 믿을 수 있는가는 증명력의 문제이다. 그런데 두 녹음파일 다 그 내용이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이세창 총재는 강진구 기자가 술집회식 이야기를 묻자 “그건 제가 대통령과 한동훈이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내가 말할 수는 없죠.‘라고 하여 명시적으로 그날 대통령과 한동훈이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협박과 회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세창 총재의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의 보다 자세한 첼리스트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첼리스트가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이같이 자세하게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등의 술자리에 대해 말을 지어낼 수는 없는 것이라 판단된다. 첼리스트가 정신병자가 아니고 제정신으로 말을 지어냈다면 그것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어 그 세력의 모의에 의하여 그들의 사주에 의하여 이러한 진술이 행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일을 꾸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력이 매우 뛰어난 한동훈 장관은 그러한 세력이 있다거나 그러한 세력의 소행이라고 말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세력의 존재를 의심한다면 한 장관은 마땅히 첼리스트나 그의 남자 친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그 배후를 조사하려고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한 장관은 애매하게 김의겸 의원만을 고소하겠다고 하고 있고 첼리스트 남자 친구를 고소하겠다는 말은 없는 것이다. 조직적 세력의 부존재를 자인한 꼴이다. 조직적 음해세력이 없다면 첼리스트 녹음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는 것이다. 법정에서도 술자리가 있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첼리스트가 금년 6월에 윤상현 의원이 신 윤핵관으로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세창 총재가 윤상현의원을 밀고 있으며 이세창 총재가 신윤핵관의 핵심 실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한 것도 그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내용이다. 6월경에는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첼리스트가 예상한대로 지난 26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첼리스트 진술의 신빙성은 윤상현 의원의 오늘 선언으로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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