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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웃기고 있는 뉴스’들이 화면과 지면을 장식하고 SNS를 도배하고 있다. 국가의 녹을 받아먹으면서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들까지 하는 일들이 거의 초딩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정신 연령이 유아기 수준에서 멍춤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를 한번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11일부터 4박 6일간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을 떠나는 일정과 관련, 이틀 전 대통령실에서 “MBC 취재진은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뉴욕에서 발언한 윤 대통령의 실언을 보도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그런 이유라면 거의 동시에 똑같은 내용을 보도한 TV조선이나 SBS 등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는 왜 탑승을 허용하는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가 대통령 사유물인가? 마치 초등학생이 다른 친구들은 다 태우면서 사이 나쁜 친구만 ‘너 우리 아빠 차 타지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윤 대통령은 10일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번 순방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다”며 탑승 불허 이유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국민들 보고 이걸 믿으라고 한 말인가. 국민들을 바보천치로 아는가. 이 설명을 뒤집으면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도 뉴욕에서 처럼 비속어를 다시 쓰겠다는 것인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연일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니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말이다.
엊그제는 또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라는 여자가 민주당 의원의 질문 도중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는 일필휘지의 사인을 하여 일약 스타로 떠올라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의 무대책으로 156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에 대해 원인과 책임 관계를 규명하는 엄숙하고 참담한 자리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인간에게 의분을 느끼는 일조차 힘겹고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냥 하룻밤 사이에 스타로 떠오른 것처럼,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대로 영원히 하늘의 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을 뿐이다.
양산에서는 풍산개의 ‘파양’과 ‘반납’ 문제로 어처구니없는 기사가 또 연일 화제이다.
논란의 핵심은 풍산개의 반납이 ‘국가기록물’의 법령 미비 때문이네, ‘사육비 문제’ 때문이네 하는 쪼잔하고 유치한 논쟁 때문만이 아니다. 온 나라가 초상을 치르고 있는 이 비통하고 엄중한 시기에 한가로운 ‘개타령’으로 소음공해를 유발하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상한 시기에 국론의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철없는 짓거리야말로 정말 ‘웃기고 있네’ 소리를 들어도 싸지 않은가?
그렇게 공적인 일에 민감하다는 전직께서 하필 이 참담하고 비통한 시기에 재난을 당한 국민의 정서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어떻게 이렇게 둔감한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백번을 양보해서 그것이 ‘국가기록물’의 법령에 대한 문제였다면 왜 애초에 윤통의 허언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며 반려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만큼 윤통에게 당해보고도 ‘여전히 신뢰하는 우리 윤 총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던가? 물론 이 문제는 제도의 미비 때문에 빚어진 일인데 온 국민이 이태원 참사로 슬픔과 비통에 빠져 있는 이 시기에 전직 대통령을 “하찮은 개 사료비 몇푼 아끼려고 반납을 한다”는 등의 쪼잔한 사람으로 매도해 버린다.
정치가 반대편의 정적을 어떻게 죽이는가를, 어떻게 파렴치한 잡범 취급하듯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4년을 키운 반려견 조차도 냉담하게 버리는 모습을 보노라니 조국과 추미애를 외면하던 그의 비정함이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이런 군상들이 나라의 ‘선량’이네 ‘지도자’네 하며 의전에만 진심을 보이던 씁쓸한 추억이 떠올라 ‘웃기고 있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웃기는 짜장들 아닌가. 모두가 양념통닭 알 낳는 소리에, 짜장면 불어 터지는 소리하고 계신다. 풍산개의 ‘입양’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적 참사 앞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그렇게 소신껏 발언하는 전직께서 정경심 교수 사면문제에 대해서는 왜 그다지도 무기력하게 스스로 결자해지를 못했단 말인가? 양산거사의 정의도 용와대 현직처럼 ‘선택적’ ‘사안별’ ‘차별적’ 정의였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웃기는 일’이다. 자신이 벼락출세 시켜 키워준 현직한테 한번 당해 보시라. 그래야 알 것 아닌가. 제발 이제는 ‘웃기는 일’ 좀 그만하고 다들 상식과 원칙과 합리적 정합성에 맞춰 대의를 보고 통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 분노 게이지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 일보 직전이다. 그때 가서야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칠 생각인가. 국민 노릇하기도 정말 힘들어 죽겠다.
/최준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