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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마라

최준호 칼럼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유가족들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희생자 일부 유가족들이 협의체를 꾸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가족 회원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늦은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과 족벌언론 등이 그토록 방해하고 엄청난 사회적 압력과 분위기를 만들어 갔지만 결국 막지 못한 것이다. 어떠한 권력의 억압과 통제도 인간적 감정과 사랑과 분노와 용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리는 보고 또 봤다. 유가족들은 ‘가슴을 뜯으며 몸부림 친다’, ‘심장이 눈물로 가득 차 숨조차 쉬기 어렵다’, ‘무능한 정부에 자식을 빼앗겼지만 무능한 엄마는 되지 않겠다’, ‘단호히 대응하고 소리칠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이 참사를 ‘국가가 158명을 쳐다보면서 생매장한 살인사건’이고 ‘간접살인’이고 ‘부작위한 의한 살인’이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또 ‘무슨 꿍꿍이로 시신을 경기도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놓았냐’, ‘가족이 만나지 못하도록 철저히 계산한 것 아니냐’, ‘유가족들이 왜 비밀공작하듯이 만나야 하느냐’, ‘유가족이 반정부 세력이냐’라고 분노했다. 참사 다음날 희생자들의 시신을 전국의 장례식장으로 옮기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서 떠올랐던 의문은 틀리지 않았다.
‘동의 없는 명단공개’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의 대답은 분명했다. ‘동의 없는 명단공개가 2차 가해라고 공부 많이 한 전문가들이 나와서 말하는 뉴스를 봤다. 그 전에 동의 없이 만들어진 영정과 위패도 없는 분향소가 2차 가해였다. 그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분향소를 본 적이 있냐. 나는 없다.’

이 말을 듣고 수많은 전문가, 지식인, 언론들은 스스로 부끄럽게 돌아봐야 한다. ‘명단공개를 논란거리로 만들고 갑론을박 하도록 만들어서 문제를 호도한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어느 변호사의 말은 백번 옳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유가족의 말도 울림을 준다.

유가족들은 어떤 전문가, 지식인, 언론도 지적하지 못한 핵심을 보고 있었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민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고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고 전임 대통령까지 구속하려는 이 정부가 지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린아이까지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하겠다는 이 정부가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보장/ 소통 보장과 인도적 지원/ 온전한 기억과 추모/ 동의하에 희생자 공개/ 2차 가해 방지라는 유가족들의 6대 요구는 당장 실현돼야 한다. 특히 국민의 분노가 집중된 이상민 장관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그는 국회에서도 유가족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며 거짓말을 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이었다. 후안무치하고 뻔뻔한 장관의 민낮을 목격했다.

또 ‘우리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유가족 앞에 대통령은 당장 찾아가서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가족 전체가 윤석열에게 투표했다는 故 이지한 군의 어머니 손이라도 잡고 그 기대를 배신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권에게서 나온 반응은 경악할 수준이다. ‘그 분들이 유족 전체를 대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 배상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또 유가족들을 갈라치려고 하고 ‘자식 팔아서 돈 벌려는 부모’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10.29 참사 직후 보상금 지급을 발표해서 즉각 ‘국고 지원 반대 서명’을 촉발시킨 그 더러운 의도가 다시 읽힌다. 
거듭 다시 말하고 싶다. 대통령은 당장 유가족들이 모여서 서로의 아픔을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그곳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유족들은 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 누굴 만나야 하는지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만날 기회도 없었다"며 “정부는 희생자 유가족에 귀 기울이고 지금이라도 유가족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진정한 사과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 추모를 위한 조치 ▲2차 가해 방지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책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 사건에서 피해자 협의체가 결성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 수습 및 배보상, 책임 규명, 재발 방지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은 유가족 협의체 구성을 돕기는 커녕 유가족들이 모이는 것조차 막으려 했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 때문인가?

그러나 그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상일은 언제나 이렇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도 반성해 볼 일들이 있다.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니 침묵하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2차 가해다” 잠시지만 이런 어이없는 말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적 여론, 온당한 사고처럼 퍼졌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랄까 이른바 여론주도층의 이성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인간은 너무나 부실하고 미숙하다. 이 사실을 늘 인식하며 행동해야 한다. 눈 뜨고 당할 수는 없으므로...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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