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계묘년-검은 토끼의 해

고전번역학자 박황희 칼럼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지나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아왔다.

해마다 새해가 될 때마다 ‘청룡의 해’니, ‘백호의 해’니, ‘흑마의 해’니 하면서 무슨 무슨 색깔로 표현되는 무슨 무슨 동물의 해라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말인 것일까?

이는 이른바 ‘60갑자(甲子)’란 것에서 파생되어 나온 말이다. 60갑자란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를 조합하여 만든 것으로 ‘60간지(干支)’라고 하는데, 이것을 ‘육십갑자’ 또는 줄여서 ‘육갑’이라고도 한다.

‘천간(天干)’은 십신장(十神將)으로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이다.

‘지지(地支)’는 십이지신(十二地神)으로 자(子-쥐), 축(丑-소), 인(寅-범),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이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조합하여 순서대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무진’, ‘기사’ ····· 등으로 시작하여 ‘계해’까지 총 60개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른바 ‘60간지’라는 것이다. 60간지 중 뒤의 ‘지지(地支)’를 통해 12지신을 대표하는 동물이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로 정해지는데, 그렇다면 동물의 색은 어떻게 해서 정해지는 것일까? 동물의 색을 결정하는 것은 앞의 ‘천간(天干)’ 10개에 의해 결정된다.

‘천간(天干)’은 만물을 이루는 5개의 원소 즉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구성된다.

동양 철학에서 주장하는 음양오행의 사상에 의하면 ‘목(木)’은 청색이고 동쪽이며 인(仁)을 의미한다. ‘화(火)’는 적색이고 남쪽이며, 예(禮)를 의미한다. ‘토(土)’는 황색이고 중앙이며 신(信)을 의미한다. ‘금(金)’은 백색이고 서쪽이며, 의(義)를 의미한다.

‘수(水)’는 흑색이고 북쪽이며 지(智)를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10개의 천간 중에 ‘갑·을’은 목(木)이고 ‘병·정’은 화(火)이며 ‘무·기’는 토(土)이고 ‘경·신’은 금(金)이며 ‘임·계’는 흑(黑)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의 속성을 가진다.

이를 근거로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풀어보면 ‘임(任)’이 뜻하는 검은색과 ‘인(寅)’이 뜻하는 호랑이가 만나 ‘검은 호랑이의 해’가 되는 것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계(癸)’가 뜻하는 검은색과 ‘묘(卯)’가 뜻하는 토끼가 만나 ‘검은 토끼의 해’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은 어떻게 될까? 2023년 ‘계묘(癸卯)’년 다음의 해이니, 그 조합은 계(癸) 다음의 ‘갑(甲)’과 묘(卯) 다음의 ‘진(辰)’이 붙어서 ‘갑진년(甲辰年)’이 된다. 갑진년(甲辰年)의 ‘갑(甲)’은 청색을 뜻하고 ‘진(辰)’은 용을 뜻하니, ‘푸른 용의 해’ 이른바 ‘청룡의 해’인 것이다. 연습 삼아 몇 개를 더 풀어보자. ‘백마의 해’와 ‘노란 닭의 해’는 60갑자 중 무슨 해에 해당할까?

‘백마의 해’라면 우선 흰색과 관련이 있는 천간은 ‘경(庚)’과 ‘신(申)’이며, 말에 해당하는 지지는 ‘오(午)’이다. 그러므로 ‘경오(庚午)’와 ‘신오(申午)’가 해당이 되는데, 신오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경오년(庚午年)’이 된다.

‘노란 닭의 해’라면 노란색과 관련이 있는 천간은 ‘무(戊)’와 ‘기(己)’이며, 닭에 해당하는 지지는 ‘유(酉)’이다. 그러므로 ‘무유(戊酉)’와 ‘기유(己酉)’가 해당이 되는데, 무유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기유년(己酉年)’이 되는 것이다.

이러고도 모른다면 나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신문 방송에서 말하는 대로 믿어 의심치 말기를 바란다. 계묘년, 올 한해도 강호 제현의 무탈과 행운을 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