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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와 점심을 함께한 어떤 동료 학자가 내게 ‘찌개’와 ‘전골’의 차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내심 아는 척하고 싶었는데 묻는 의도가 궁금해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 그랬더니 ‘찌개’는 주방에서 끓여서 나오는 것이고 ‘전골’은 처음부터 식탁에서 끓이는 것이라 한다. 물론 일정 부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자료를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전골’이라는 말은 조리의 방법에 대한 말이기보다는 냄비의 형태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립투[氈笠套]’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장지연(張志淵)의 『만국사물기원역사(萬國事物紀原歷史)』에는 “전골(氈骨)은 상고시대에 진중에서는 기구가 없었으므로 진중 군사들이 머리에 쓰는 전립을 철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자기가 쓴 철관을 벗어 음식을 끓여 먹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전골이라 하여 왔다.”라고 그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 후기 북학파 계열의 실학자인 유득공(柳得恭)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냄비 이름에 ‘전립투(氈笠套)’라는 것이 있다. 그 모양이 벙거지 같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 시대 군졸들이 쓰던 벙거지를 전립투라 하였는데, 여기에 섞는다는 뜻의 ‘골(滑)’을 붙이면 ‘전립투골[氈笠套滑]’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골’이란 말은 바로 ‘전립투골’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에 비해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비’ 따위에 국물을 넉넉하게 하여 고기나 채소, 두부 따위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을 말한다. 그러므로 찌개와 전골의 차이는 요리의 방식이나 재료의 구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냄비의 형태를 두고 하는 말인 셈이다.
한편 유득공의 경도잡지에는 ‘승기악탕(勝妓樂湯)’ 또는 ‘승가기(勝佳妓)’, ‘승기악(勝妓樂)’ 등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는 모두 ‘스키야키(すきやき)’를 음차한 것으로 그 의미는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조선의 벙거지골[전립투골-氈笠套滑]이 일본으로 건너가 스키야키(すきやき)가 되고 이 스키야키(すきやき)가 조선과 가까운 김해로 들어와 승기악탕(勝妓樂湯)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가 지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전골(煎骨)’이라는 명칭을 ‘신선로(神仙爐)’, ‘탕구자(湯口子)’, ‘열구자(悅口子)’, ‘전립골(戰笠骨)’, ‘전립투(氈笠套)’ 벙거지골 등으로 불렸으며, 이것을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스키야키(すきやき)’가 승기악탕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승기악탕이 18세기 동래 왜관을 통해 전해졌다고 말한다.
이들은 승기악탕에 관해 처음 기록된 18세기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이씨(憑虛閣李氏)가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를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살찐 묵은 닭의 두 발을 잘라 없애고 내장도 꺼내 버린 뒤, 그 속에 술 한 잔, 기름 한 잔, 좋은 초 한 잔을 쳐서 대꼬챙이로 찔러 박오가리, 표고버섯, 파, 돼지고기 기름기를 썰어 많이 넣고 수란(水卵)을 까 넣어 국을 금중감 만들 듯하니, 이것이 왜관(倭館) 음식으로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
위의 내용을 들어 ‘스기야키(杉燒き)’가 ‘승가기(勝佳妓)’ 또는 ‘승기악탕(勝妓樂湯)’으로 음차 되었다고 주장한다.
‘승가기(勝佳妓)’나 ‘승기악(勝妓樂)’에 대해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라고 해석하는 이유는 민간어원설이 작용했기 때문이라 하며 승기악탕은 본래 일본으로부터 전래 된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어쨌거나 원조가 어디인지보다는 ‘찌개’와 ‘전골’의 구분이 확실해진 데 대해서 서로 이견을 달지 않기로 하였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죽(鬻)’과 ‘미음(米飮)’의 구분과 차이에 대해서 논하였는데, 그것은 ‘농도’의 차이로 구분하기로 결론을 내었다.
‘죽보다 농도가 훨씬 묽은 것은 미음이다’ 왜냐고? 미음에는 마실 ‘음(飮)’ 자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 하릴없는 우리의 밥상 토론의 결론이었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