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인간을 수학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1)

전 駐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 최병효 칼럼
엊그제 같지만 오랜 과거가 되고 만, 고3 시절에 대입시험 준비를 하며 제일 흥미도 없고 그 원리와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어 대충 넘어가며 성적도 오락가락하던 수학 과목이었다. 그 한 과목에서 실패를 해도 합격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함으로 입시에서 뜻하지 않게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이후 부득이 재수의 길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수학에 매달린 결과 그 원수 같은 수학을 나름대로 정복하고 그 다음해인 68년도에는 원하는 학과에 계열수석이라는 과분한 결과로 쉽게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수학과는 이별이라고 기뻐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그 해 신설된 교양학부가 서울공대 컴퍼스내 광산학과 건물이 있던 공릉동 산 구석이라 그 옆 서울여대 뒷산 아래에 하숙을 정하고 서울 속 시골생활을 하게 된 것부터가 마땅찮았다. 학생시위를 막고자 동숭동이 아닌 산골로 1학년들을 보낸 당시 군사정부의 의도가 괘씸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수강신청을 하려 보니 그 웬수 같은 수학이 교양필수 과목이었다. 정말 욕이 튀어나왔지만 을의 처지라서 별수 없이 강의를 듣는데 처음부터 미분 적분이 나왔다. 왜 이걸 문과학생이 필수로 배워야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이런 대학교 같지도 않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외국유학이라도 갈 처지였다면 당연히 떠났겠지만 사정이 안 되는지라 아까운 세월을 아무 것도 없는 산골에서 미적분 풀고 지냈고 그 동네의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당구나 바둑뿐이었다. 나로서는 거기에 별 흥미를 못 느껴 자주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시고 북한산에 오르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급조된 도서실에 책도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과 ‘시지프스의 신화’가 제목이 그럴 듯 해서 읽은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닌가 한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근래에는 거의 매주 한번씩 점심 식사 후에 가볍게 집을 나서 한강에서 중랑천을 따라 태능쪽으로 가서 육사-화랑대역-서울여대를 잠시 살펴보고 삼육대학을 거쳐 퇴계원역을 지나면 나오는 구리시 왕숙천을 따라 오른편으로 동구능 산을 바라보고 달리다 한강을 만나면 서쪽으로 가서 다시 중랑천 합수부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48km의 바이킹 행로를 수학문제를 푼 후 역산으로 확인하듯 방향을 거꾸로도 하며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울여대 뒷편의 공릉동 그 광산학과 건물에 들른 것은 지난해 봄 라이락 철을 맞아 56년만에 처음이었고, 이 후 수없이 서울여대 앞을 바이킹하면서도 그 곳에는 들리고 싶지 않은 이유를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깨닫게 된다. 바로 옛 시절의 수학에 대한 거부감과 그 볼 것 없던 시골동네의 아름답지 않은 추억이 만든 무의식적 저항이었음을.

물리학에서는 이 세상을 두 개로 나누어 본다고 한다. 우주를 포함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거시적 세계와 원자와 같이 볼 수 없는 미시적 세계가 그것이다. 전자를 지배하는 수학적 원리는 뉴턴의 중력이론을 근거로 이에 시공간을 결합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인 e=mc2(energy=mass x speed of light2)와 이를 더욱 발전시킨 일반상대성원리 공식으로 제법 깔끔하게 정리가 된 걸로 보인다. 후자의 세계는 지금까지 알려진 네가지 힘중 중력을 제외한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strong nuclear, weak nuclear, and electromagnetic force)이 작동하는 분자와 원자와 같은 미시세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양자역학이라고 한다는데 이를 설명하는 여러 수학공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완전하게 정리는 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 거시와 미시의 양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현대 물리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Theory of Everything(TOE)이라고 한다는데 역시 획기적 진전은 없는 상태 같다. 그러나 이런 자연의 세계는 나름 상당한 정도로 수학적으로 공식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전혀 다른 미답의 분야가 있으니 수학에 자신 있는 분들은 도전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수학 둔재들은 읽어야 할 책 같은데 수학천재 빌 게이츠가 좋아하는 책이라니 어떨지?

<계속>

/최병효 전 駐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