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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수학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2)

전 駐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 최병효 칼럼
진정한 문과수학을 개척해 본다는 취지이니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 바칼로레아 철학문제로 인식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을 수학공식화 하라” 라는 것이 나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노벨 물리학상은 아니더라도 문학상, 경제학상이나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30만년 전에 출현했다고는 하나 그간 석가,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를 위시한 위인들과 여러 천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의 의미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으니 인간을 미지의 n으로 하고 n=… 로 시작해야 될 것이다. 인간존재의 의미로부터 시작한다면 누군가가 빅토르 위고를 인용해 알려준 "그대 이제 전에 있었던 곳에 없으나, 이제 내가 있는 곳 어디에나 있네“이니 인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상수)로서 인간=불멸이라는 함수관계가 성립하는 셈이다. 사라지지 않는 존재라는 것은 물질과 정신의 분리를 전제로 한 것일 수도 있으나 과학적으로는 죽으나 살으나 같은 물질로 구성된 존재이고 죽어도 그 물질이 이 우주에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자연으로 흩어져 갈 뿐이니 굳이 생과 사를 구별하는 고차방정식으로 구성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혼이라는 전기불이 들어왔다가 꺼져버렸다고 해서 그 존재와 부재가 이 함수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얼마 전에 약간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모친의 유해를 화장하고 보니 남은 것은 놀랍도록 하얀 가루뿐이었다. 육신이 불 속에서 1시간만에 얼마 안 되는 가루로 변한 것을 보니 좀 비현실적이었지만 그 가루가 영원히 변하지 않고 남은 모친의 전부는 아닐거라고 생각되었다. 불에 타버린 부분도 각종 원소로 자연에 돌아간 것이니 영원히 없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우주에 갇힌 몸인데 그저 불에 탄다고 우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그대 전에 있었던 곳에는 이제 없으나 이제 내가 있는 곳 어디에나 있다”는 말 그대로임을 실감하였다. 좀 황망한 심사를 가라앉힐까 해서 고은의 ‘선禪’ 을 읽다 보니 “실재보다 실재가 다한 부재가 그 참다운 가치를 알게 만든다.”는 선승의 가르침도 있었다. 또 “참된 마음을 갈고 닦아 몸과 이름을 모두 버리니 후세에 무덤조차 아는 이 없네.”라는 깨우침도 있었다. Umberto Eco가 ‘장미의 이름’에서 인용한 중세 프랑스 음유시인 Bernart de Vantadorn(1135-1194)의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이라는 노래도 인생의 덧없음을 말하니 유해 가루조차 거두어 남겨두는 것이 덧없는 일이기는 하나 그나마도 흙에 묻지 않고 없앤다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았다. 나름 앞서가려고 하더라도 인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느꼈다. “죽음은 나그네의 휴식, 모든 수고의 끝” 이라는 서양 암흑기 선인들의 생각에서 위안을 찾는다.

다시 수식으로 돌아가서, 함수라는 것을 대입해서 인간n=x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X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인간=삶과 죽음 xy..+ …. 일테니 y..+에 뭐가 합당할가? 문제를 내는 사람이 너무 많이 힌트를 줘서도 안되고 사실 답을 알지도 못하니 나로서는 여기서 끝내야 될 것 같다. 모친의 죽음이 아직 현실로 느껴지지 않기도 하지만 그 생각을 하니 여전히 좀 황망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이다. 죽음이란 상수로서 예정된 것이고 더구나 95세의 나이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떠나지 않는 존재이나 막상 당하니 예상보다 충격이었다. 그래도 Covid-19을 기화로 친척들만 모이니 여러가지 절차를 조용하고 간편하고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어 좋았다. 뭐를 해도 어디에 있어도 그대 생각-우주의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러나 여름날의 장미처럼 덧없는 인간의 존재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 수식처럼 멋있게 공식화해서 제시할 수 있다면 불후의 작품처럼 인간에게 하나의 상징과 위안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정치권의 여야 이전투구처럼 인간이란 원래 자신이나 소속집단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엉망진창인 존재라고 할지라도 멋진 수학공식이 붙게 된다면 그들 또한 질서정연한 수학적 원리가 지배하는 우주의 일부로 아름답게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 기대해 본다.

<끝>

/최병효 전 駐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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