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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劉備)가 세운 ‘촉(蜀)’나라는 서기 263년 위나라 사마의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촉나라 2대 황제인 유비의 아들 유선(劉禪)은 제갈량이 숨진 뒤 위나라가 침공하자, 자신의 손목을 묶고 성문을 열어 항복하고 말았다. 그 후 안락공으로 봉해져 위나라의 수도 낙양에서 살게 된 유선을 회유하기 위해 어느 날 위나라의 대장군 사마소가 연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촉나라 음악이 연주되자 촉나라 사람들이 모두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선은 홀로 잔치를 즐겼다. 사마소가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대는 촉나라가 그립지 않은가?” 이때 유선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곳 생활이 즐거워 촉나라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낙불사촉(樂不思蜀)’의 고사가 여기서 나왔다. 창업 군주인 유비와 그의 의형제 제갈량, 조자룡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세운 촉나라가 불과 1대를 넘기지 못하고 망한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세인들은 이런 유선을 아버지 유비의 유지를 저버린 ‘호부견자(虎父犬子)’라고 불렀다.
자신이 임명한 수하인 검찰 총장에게 정권을 빼앗긴 문재인 씨는 퇴임 후 청와대를 나서며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이렇게 말했다.
“다시 출마할까요?”
“여러분 성공한 대통령 이었습니까?”
얼마 전 조국 전 장관의 1심 선고가 있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의 가족은 멸문지화의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생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판의 결과를 불문하고 문재인 씨는 조국을 비롯한 탄압받는 동지들과 지지자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참으로 위대한 교훈을 남겼다. 해방 후 ‘독립운동하면 패가망신한다’라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이고 망국적인 병폐를 민주화 이후 ‘기득권 개혁하면 패가망신한다.’라고 하는 것으로 멋지게 재현해낸 것이다.
아직도 문재인 대통령은 잘못이 없고 ‘낙엽 일파’와 민주당만의 잘못이라고 하는 ‘대깨문’들은 여전히 그를 비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서 박정희를 숭배하는 태극기 부대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참모진은 참모로서의 실무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을 지면 되지만, 대통령은 리더로서 관리책임(accountability)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이다.
그들에게 트루먼 대통령의 책상에 놓여있었다는 그 유명한 문구를 상기시켜 주고 싶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The Buck stops here!”
이제 와 새삼스럽게 책임의 소재를 규명하자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기를 원했던 것이다.
여전히 책방이나 차려 놓고 유유자적하는 모습에서 유선의 ‘낙불사촉(樂不思蜀)’하는 모습이 보이고, 노무현의 유서를 가지고 다니며 운명이라고 자기 이미지화하던 모습에서 캄보디아 어린이를 안고 선행을 위장하던 탬버린 여사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착시일까?
나는 그를 알면 알수록 ‘호부견자’라는 생각과 ‘카레맛 나는 청산가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