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ton College는 Oxford University를 구성하는 30여개 college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1264년에 공식적으로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로 1970년대에는 대학원 포함하여 학생이 4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544여명(대학생 291: 대학원생253)이고 1980년부터는 여학생도 받기 시작하여 여학생 비율이 44%라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참고로 현재 옥스포드대학생 숫자는 학부 10,897,  대학원 9,713, 총  20,610명이다. 옥스포드대학교 전체로 69명이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중 Merton 에서 화학, 문학, 의학, 물리학등 분야에서 노벨상을 4명 배출하였고 T S Elliot도 하버드 졸업후 Merton에 유학하였다. 

학기 시작후 10월 중순경 Sheldonian Theatre에서 개최된 1976년도 신입생 입학식에 가기 전에 Merton에 입학한 학생들과 학교내 Front Quad에서 공식 사진을 찍으며 보니 동양학생은 나 혼자고 당시 인종차별로 유엔제재를 받고 있던 로데지아 출신의 흑인학생 한명이 있었다. 그에게 뭘 전공하느냐고 물으니 학부에서 지리학을 공부하러 장학금을 받아서 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후에 university의  입학식 참석자 명단에서 내 이름이 누락되었으니 11월 추가 입학식에 다시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Sheldonian Theatre에서 열린 추가 입학식에 또 참석하였다. 실제로 식에 참석했으면 됐지, 대학본부 참석자 명단에서 누락되었다고 다시 입학식에 참석해야 된다는 이해하기 힘든 전통 때문이었다. 덕분에 한번 입학도 힘들다는 Oxford대학에 두번 입학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tradition이었다. tradition하면 이유없이 따라야 되니 잘난 조상 자랑인 것 같기도 하였다. 90년대 초까지도 한인 중 추가로 Merton의 member가 된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동양인에 대한 차별 의심을 받기도 하였다. 

Merton은 재단 형편도 좋아서 식당(Hall) 음식이 Oxford 모든 college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 중의 하나로 꼽혔다. 영화 Harry Porter에도 나오는 인근의 1500년대 창립된 Christ Church College 식당보다 Merton식당은 규모가 좀 작으나 그 원조격이다. 나루히토 왕세자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빨래도 직접하였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거기서 처음 빨래를 하다가 세탁기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온 세탁실에 비누가루 거품이 퍼져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층의 대학원생 휴게실인 Middle Common Room에는 항상 비스케트와 원두 커피가 있어서 drip coffee도 자유로이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 주말에는 Quad 한편 건물내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bar를 여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국학생들은 학비도 없고 보짱(도련님) 대우를 받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군사독재 항의 시위 속에서 최루탄 마시며 좋은 세월 다 보낸 한국의 대학생활과는 너무 차이가 났다. 이런 곳에서는 누구든 무슨 데모를 할 염치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Library는 너무 고색 창연해서 이용하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저 건물과 책 구경이나 하고 실제 필요한 책은 세계 最古最高의 대학도서관이라는 Bodleian Library나 Social Science Library를 이용하였다. 

나는 학교에서 3백미터 정도 떨어진 Holywell Street 3 에 있는 400여년된 2층 건물들로 구성된 Merton Hostel의 1층 방을 사용하였다. 2차선 길 건너면 바로 New College 문이라서 그 학교의 유명한 정원을 가끔 산책하기도 하였다. New College는 1386년에 생겼으니 old college의 하나지만 당시로는 새 학교였고 성벽 city wall 으로 둘러싸여 옛날 Oxford가 독립적 대학도시로서 자체 방위까지 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 왕실에서는 나루히토 왕의 6촌 여동생인 아키코 Princess Akiko of Mikasa (彬子女王 1981- ) 공주가 역시 Merton College에서 2차에 걸쳐 수학하며 박사학위까지 받았다고 하니 일본 왕실과 인연이 깊은 학교이다. 신임 천왕의 왕비 오와다 마사코도 하버드대학-동경대학 졸업후 옥스포드 Balliol College에서 수학(1988-1990)한 외교관 출신이니 ​​그들이 글로벌한 시야에서 일본국을 세계평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진정한 레이와로 안내하는 정신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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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효 전 駐 노르웨이대사, LA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