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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국의 대문호 ‘임어당(林語堂)’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을 이해하려면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 ‘한자’와 ‘만리장성’ 그리고 ‘체면’이다.
그렇다면 체면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아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내가 아는 나’
둘째는 ‘남이 아는 나’
셋째는 ‘남과 나 사이에 형성된 가상의 나’
곧 남이 나를 이런 사람쯤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설정해 놓은 ‘가상의 나’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체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일까?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온전한 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도 스스로 궁리해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알 수가 없다. 인간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도 자신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없다. 그것은 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적 ‘관계’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곧 자식이 있음으로써 자신이 아버지임이 증명이 되고 아내가 있음으로써 남편이라는 신분적 존재가 가능해지며, 제자가 있을 때만이 자신을 스승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반사체이므로 상대가 있어야 만이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지혜로 선과 악을 분별하는 능력이 생겼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선악을 아는 지식”이 있을 때만이 독립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선악을 규정하는 일은 ‘신(神)’의 영역이다.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선악을 알고자 하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아담의 죄는 선악과를 맛본 ‘호기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경계를 넘어선 죄, 즉 신과 동등해지고자 했던 ‘교만’ 때문이었다.
그 부작용으로 인간은 자기중심적 판단을 하게 되었다. 선과 악의 기준이 ‘신(神)’이 아닌 ‘내(我)’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 판단에 옳으면 선이요, 내 판단에 그르면 악이라는 오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임어당’은 동서양의 문명을 흡수해 독특한 자기만의 사상을 구축했던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다. 그의 인생은 생활에 대한 자세와 참된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삶의 지침서이다. 그를 추억하며, 그가 말년에 살았던 고택에서, 나 또한 일상의 삶 속에서 내 인생의 ‘생활의 발견’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