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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是非)와 이해(利害)의 두 기준

고전번역학자 박황희 칼럼
다산이 강진의 유배지에서 남양주에 있는 아들 학연에게 보낸 편지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천하에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是非之衡)’이고,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의 기준‘(利害之衡)’이다.

이 두 개의 큰 기준에서 네 개의 등급이 생겨난다.

옳음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守是而獲利)’이 가장 으뜸이고 다음은 옳음을 지키지만 해를 입는 것‘(守是而取害)’이다. 그다음은 그릇됨을 따라가 이로움을 얻는 것‘(趨非而獲利)’이며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고 해를 입는 것‘(趨非而取害)’이다”

天下有兩大衡, 一是非之衡, 一利害之衡也. 於此兩大衡, 生出四大級. 凡守是而獲利者太上也, 其次守是而取害也, 其次趨非而獲利也, 最下者趨非而取害也.
「답연아 - 答淵兒」

아버지의 유배 생활이 길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아들은 아버지에게 당시의 권력자인 홍의호에게 항복을 빌고 또 강준흠과 이기경 등에게 동정을 받도록 애걸해보라며 편지를 한다. 이에 다산은 이런 일들은 성공하여도 세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일에 불과하며 마침내는 네 번째 등급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함으로 차라리 천명에 순응하여 ‘옳음을 지키다가 해를 입는 길’을 택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참사는 한 마디로 ‘추비이취해-趨非而取害’이다. 그릇됨을 따르고 해를 입는 길’을 택한 것으로서 다산이 말한 네 가지 경우 중 최악의 등급에 해당한다.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이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겠다.”라고 하는 발언은 한 나라의 국익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다.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는 차마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3.1절 기념사에서는 ‘세계사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라는 망언으로서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고 국권 침탈을 정당화시켜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초하기까지 하였다. 한일회담 도중에도 끝내 저자세로 일관하여 스스로 영토 주권을 포기하는 듯한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마침내 일본이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며 교과서를 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어도 속수무책 오불관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등신 외교’라며 혹평하던 친일 기관지 조선일보와 그 문하의 장학생들은 요즘 어쩐 일로 이렇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의 자세로서 ‘상외과과-常畏寡過’를 강조하였다. 이는 ‘항상 두려워하라, 그래야만 과오를 적게 할 것이다’라는 말씀으로서, 세 가지 사항을 항상 두려워할 것을 주문하였다.

첫째는 ‘외의-畏義’이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를 두려워하라”
둘째는 ‘외법-畏法’이다.
“나의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를 두려워하라”
셋째는 ‘외민심-畏民心’이다.
“내가 공직을 수행함에 백성들의 마음에 어긋나지는 않는지를 두려워하라”

그러나 지금 정권을 잡은 윤 씨는 삼무외(三無畏)의 길을 가고 있다. ‘의(義)’에 대한 지각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욕망을 우선할 뿐이다. ‘법(法)’은 아무 때고 자신이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쯤으로 착각하고 있으며, ‘민심(民心)’은 대구 서문시장의 광기 어린 군상들의 철없는 환호성쯤으로 오인하고 있을 뿐이다.

일찍이 공자께서도 ‘삼외(三畏)’를 말씀하셨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외하는 것이 있으니,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라고 하였다. 윤 씨는 이런 소리를 비웃으며 틀림없이 철 지난 낡은 소리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렇다면 귀하가 정말 두려워해야만 할 세 가지 천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반드시 역사의 변증법으로 증명될 것이니 새겨듣기를 바란다.

첫째는 ‘건희 여사와 무속인’의 정치 참여를 두려워해야 한다. 이는 휘발성이 매우 강한 시한폭탄이다. 언제든 귀하의 목을 옭아맬 올가미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둘째는 ‘윤핵관과 언론의 아첨’을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 귀하의 주변엔 목숨을 내놓을 충신으로 가득한 것 같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들뿐이다. 총선이 끝나고 지지율이 바닥 치기 시작하면 곧바로 등 돌릴 모래성 같은 인간 군상뿐이란 말이다.

셋째는 ‘검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천하의 인재는 검사뿐인 것처럼, 요직마다 검사를 남용하고 있으나 귀하의 종말은 귀하가 쓰던 칼에 의해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필연이다. 칼로 흥한 자 반드시 칼로 망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인물에 의해 스텝이 꼬이게 될 것이다. 귀하가 그리 존경하는 박 씨처럼 머잖아 비명 간에 새벽종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부디 성불하시기를.

/박황희 고전번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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