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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사초(事齊事楚)는 '제(齊)'나라도 섬기고 '초(楚)'나라도 섬긴다는 의미이다. 양쪽의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으로 『맹자(孟子)』에 나오는 고사이다.
강대국인 '제(齊)'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에 낀 '등(騰)'나라 신세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서 괴로움을 받는다는 '간어제초(間於齊楚)'라는 성어도 여기에서 나왔다.
'사제사초(事齊事楚)'의 고사를 기막히게 비유하여 화를 모면한 노류장화(路柳墻花)가 있었다. 그녀는 국가에서 선발된 기생으로서 성총의 총애를 받던 여인이었다. 하루는 그녀가 궁중연회에서 행주[(行酒) - 임금 대신 술을 따름]의 명을 받고 권주가를 부르게 되었다. 제일 먼저 성종에게 잔을 올리며 평조 한가락을 읊었다.
"태평성대로다 어즈버 태평연월이로다
격양가(擊壤歌) 울려오니 이 아니 성세인가
순군도 계시지만 요(堯)야 내 임금인가 하노라."
현재의 임금이 순임금보다도 요임금에 가까운 성군이시라고 칭송하는 노래로서 성종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다음은 삼정승을 지나 육조 판서가 잔을 받을 차례이다. 그런데 서열을 무시한 병조판서가 예조판서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촌철 같은 비유로서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했다.
"당우(唐虞)를 어제 본 듯 한당송(漢唐宋)을 오늘 본 듯
통고금(通古今) 달사리(達事理)하는 현철사(賢哲士)를 어디 두고
저 설 데 역력(歷歷)히 모르는 무부(武夫)를 어이 좇으리."
'당우(唐虞)'는 백성을 덕으로 다스려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요순시대를 가리키며, '한당송(漢唐宋)'은 문화와 문물이 번성했던 한·당·송나라 시대를 일컫는다. 이렇게 요순시대를 어제 본 듯, 한·당·송나라의 시대를 오늘 본 듯, 고금의 일에 통달하고 사리에 밝은 명철한 선비를 따르지 않고 제가 설 곳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부를 어떻게 따르겠느냐는 내용이다.
무관을 비하하고 문관을 찬양하는 노래로서, 무관들이 노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무관들이 화를 내자 다시 무관에게 행주를 하며 이렇게 노래했다.
"전언(前言)은 희지이(戱之耳)라 내 말씀 허물마소
문무일체인 줄 나도 잠깐 아옵나니
두어라 규규무부(赳赳武夫)를 아니 좇고 어이리."
이 노래의 의미는 "앞에 한 말은 귀를 즐겁게 하고자 한 농담일 뿐이니 허물로 여기지 마시오, 문신과 무신이 한 몸인 것을 나도 잘 압니다. 저토록 훤칠한 장부인 병판 대감을 어찌 따르지 않으오리까." 하는 말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문관들이 화를 내자 다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노래했다.
"제(齊)도 대국(大國)이오 초(楚)도 역대국(亦大國)이라
조그만 등국(滕國)이 간어제초(間於齊楚) 하였으니
두어라 하사비군(何事非君)가 사제사초(事齊事楚)하리라"
이 노래를 통해서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뜻은 "제나라도 큰 나라이고 초나라도 또한 큰 나라이다. 조그만 '등'나라가 그사이에 끼었으니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겠는가? 제나라도 섬기고 초나라도 섬기리라." 라고 하는 말로서 자신을 '등'나라의 처지에 비유한 시이다. 위 시들의 출전은 『해동가요(海東歌謠)』이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병도 주고 약도 주며, 좌중의 신하는 물론 성종까지도 탄복하게 만든 뛰어난 재치요 거침없는 풍자이다. 임금 앞에서 문무관을 마음대로 희롱하며 연회의 즐거움을 주도했던 그녀가 바로 성종이 총애한 선상기(選上妓) '소춘풍(笑春風)'이다.
'봄바람에 웃다'라는 그녀의 이름은 당나라 시인 최호(崔護)의 시 '제도성남장(題都城南莊)'의 마지막 연 '도화의구소춘풍-桃花依舊笑春風' - '복사꽃만 옛날처럼 봄바람에 웃는구나.' 하는 데서 따온 이름이다.
이 땅에 한사군이 설치된 이래로, 우리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한시도 자유로운 때가 없었다. 오늘날 스스로 경제 대국임을 자처하지만, 여전히 '전시작전권'조차 없는 약소국에 불과하다. 전시작전권이 없다는 말은 스스로 자주국방이 불가능하여 외세의 힘을 빌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나라의 국군을 통수할 권한을 가진 자가 '중국'을 욕보이고 '러시아'에게 들이대며, 오직 '미국'과 '일본'의 힘만을 믿고 일사 불전의 자세로 거들먹거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두 나라에는 한없는 저 자세로 굴종하고 있는 꼴이 꼭 조폭의 똘마니 형국이다. 이 땅이 선조들이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 자기 멋대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하려 드는 것인가.
국가와 국민은 귀하가 벌이는 도박판의 판돈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정 걸 것이 없으면, ‘Jully’를 걸어라. 시진핑도 푸틴도 기꺼이 ‘콜’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