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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뒤에야 알았다 - ‘연후지(然後知)’

고전번역학자 박황희 칼럼
명말(明末)의 학자 진계유(陳繼儒)가 쓴 ‘안득장자언(安得長者言)’의 ‘연후지(然後知)’.
고요히 앉고 난 뒤에야 평소의 기운이 들떠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키고 난 뒤에야 평소의 언행이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살펴본 뒤에야 평소의 시간을 허비하였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 걸은 뒤에야 평소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평소의 병폐가 많았음을 알았다.
정을 쏟은 뒤에야 평소의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다.
靜坐然後, 知平日之氣浮.
守黙然後, 知平日之言躁.
省事然後, 知平日之費閒.
閉戶然後, 知平日之交濫.
寡慾然後, 知平日之病多.
近情然後, 知平日之念刻.
「예기(禮記)」의 ‘연후지(然後知)’

배운 연후에야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연후에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
부족함을 안 연후에야 스스로 반성할 수 있고, 어려움을 안 뒤에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   
「논어(論語)」의 ‘연후지(然後知)’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이별을 하고 나서~,
실패를 하고 나서~,
병에 걸리고 나서~,
나이를 먹고 나서~~^^
뒤늦게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류시화 詩人의 말처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날마다 다짐하고 후회하고~, ‘다짐’과 ‘후회’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비록 오늘 깨달은 것이 크다 한들 오늘 내가 행하는 일 가운데 미처 다 알지 못하고 시행했던 오류들을 훗날 반드시 깨닫고 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서 하는 것이 옳다.

평생토록 죄를 짓기 때문이어서 라기보다는 날마다 깨달음이 커져서 숙성해져 가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동산에 오르고서 노나라가 작다는 것을 느꼈고, 태산에 오르고서 천하가 작다는 것을 느꼈다.”[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맹자는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물에 대하여 말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노닌 사람에게는 학문을 말하기 어려운 법이다.[觀於海者難爲水, 遊於聖人之門者難爲言.]”라고 하였다.

​진리를 깨친 사람은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져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미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그전에 크게 보이던 강물이 작게 보이는 법이고, 성인의 문하에서 노닌 사람에게는 옛날에 좋게 들리고 훌륭하게 들렸던 말들이 한갓 말재주나 알맹이 없는 장광설에 불과하게 느껴져서 함부로 학문에 대하여 말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오늘 산에 오르고 나서 내가 살던 세상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내 자신이 참으로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살아보니~,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보고서 알고, 지혜로운 사람은 들어서 알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당해봐야만 안다.’

[霞田曰: ‘衆人知以見, 賢人知以聽, 愚人知以犯.’]
그러므로~,
보통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을 알고, 성인은 장차 일어날 일을 안다.
[霞田曰: ‘衆人知已成事, 聖人知將遂事.’]

보지 않고~, 당하지 않고~, 듣고서 아는 자는 복되도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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