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의대'에 반대한 전공의들의 대대적인 파업이 있었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는 의외로 특별한 공백은 없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느라 나간 공백을 누군가 대신 채웠기 때문이다. 'PA 간호사'들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PA는 Physician Assistant의 줄임말이다. 보조 의사라는 뜻인데 그러면 'PA 간호사'라고 하면 '보조의사 간호사'라고 해석이 된다. 그냥 현장에서는 보조의사의 역할을 하는 간호사라고 통칭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환자들에 대한 문진(상담), 치료, 처방과 수술까지도 한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논문을 제외하고 의사들이 하는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PA들이 주로 투입된 곳은 외과, 산부인과 등 수련의들이 기피해서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다. 가령 지방대학병원산부인과 같은 곳에는 레지던트 한 명에 PA 10명이 근무하는 곳도 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해도 PA들이 있어서 대학병원은 문제없이 돌아가는데 만약 윤석열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반대해서 간호사들이 파업을 한다면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간호사협회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파업을 하지 않고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입장인 것이기도 하다.
간호사들의 직무와 책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담은 '의료법'에는 당연히 PA 간호사들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 1951년도 제정된 의료법에는 간호사들에 대해 아주 심플하게 두 가지로만 규정했는데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그리고 '의사의 지시에 따른 진료의 보조' 뿐이다.
그런데 현 시대에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혹은 노인요양, 방문 간호(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지어서 되는 것일까?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PA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의사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또 같은 맥락에서 공공의대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의사협회가 거의 모든 것을 걸고 막고 있는 중이다.
의사들은 의료수가만 조정이 되면 현재 흉부외고, 소아과, 산부인과 등 비인기 전공 과목에도 의사들이 충분히 지원을 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10여 년간 그리고 앞으로 10여 년 이상 의대생들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에 관련된 학과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돈이 되는 이유는 미용과 관련된 진료의 경우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얼마를 벌어야 많이 버는 것인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연간 몇 억을 벌면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의대생들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하면서 몇 억을 벌기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개원해서 몇 십억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료인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울하지만 현 세태를 보면 딱히 이상하지도 않다.
의사들은 현실적이지 않은 의료수가 때문에 의사들이 현장에서 갈려 나가고 있고, 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의료계에 필수 과목들이 기피 과목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의료수가를 올린다고 한들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어 빡시게 고생하기 보다 그냥 성형을 해 주고 필러를 주사해 주는 것이 헐씬 편하고 돈이 되기 때문에 딱히 의료수가와 기피 학과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지금 초등학생 시절부터 의대 입시반에 들어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는 애들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되기 보다는 돈 버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될 확률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은 것이다. 다시 간호사들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미 의료현장에서는 PA 간호사라는 존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다. 경제적 베네핏 문제로 기피대상이 된 학과들을 대상으로 본다면 PA 간호사들의 역할은 절대적인 수준이다. 내가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현재 의료계의 구조,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 그리고 배금주의가 깔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 딱히 타개할 방법도 보이지가 않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