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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결정적인 문제가 있는데 만약 PA들에 의해 의료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의료사고 자체가 워낙 의사가 절대적 '갑'의 지위이기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전공의가 없는 가운데 PA들에 의해 의료사고가 나면 법으로 환자가 그 책임을 묻고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은 1951년도의 의료법과 동일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보조 진료"라고 간호사의 역할을 한정 지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바뀌었다.
의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간호사 단독 개원에 대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이지만 간호사협회에서는 "첫술에 배부르랴"는 관점에서 그래도 일단 환영을 하고 간호법 제정에 포커싱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단독 개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어 간호법 자체를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무조건 힘이 센 쪽에 손을 들어주는 습관을 가진 검사 출신의 윤석열은 자신의 공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인으로 최악의 실책을 범했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내가 간호법을 찬성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나쁘고, 간호사들이 좋아서가 아니다. 의사협회나 간호사협회나 이익단체로서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와 사안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그들의 행위 자체에 대해 선과 악으로 구분지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미 현장에서는 대체불가능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니 이를 법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고 안정이 된다.
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유시민 작가는 암호화폐, 일명 코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가진 작가로서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기간에 삼프로에 나와 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혔다.
"이미 코인 시장은 크게 형성이 되었으니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제도권의 통제를 받는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
나는 간호법도 이런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현장에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면 법과 제도도 거기에 맞춰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정치인들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윤석열처럼 그저 힘센 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공약을 깨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의료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했지만 사실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만성질환자가 급증한 우리 현실에서 간호사들은 이미 취약계층에 대한 방문 건강관리, 노인장기요양 방문 간호, 만성질환자 관리 등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보건법, 학교보건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10개가 넘는 법률에 간호사들의 역할이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전쟁 시기에 대충 만들어진 의료법에 간단하게 나와 있는 것으로 간호사들의 역할을 규정 하기에는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관련 법규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당연히 제대로 된 법률의 정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정치적으로 해석해 볼 때는 현재 60만명이 넘는 간호사협회 회원들이 (민주당) 정당 가입 운동을 통해 "선거 때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스탠스는 민주당도 좋고 간호사들도 좋은 일이다. 이는 내년 총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국힘당과 정부에서는 간호사들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글쎄다. 간호사들이 한번은 속아도 두번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영국, 독일 등에는 이미 간호법이 있다. 모두 간호사들이 1차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에서는 모든 주에서 독자적인 약 처방과 개원도 가능하다고 법에 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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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작가 겸 디지털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