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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특히 비범하고 훌륭한 인간은 악마에게 끊임없이 유혹받고 시달린다고 예수 시대 사람들은 생각했다. 세상에 공식 등장하기 전, 예수는 악마의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유혹에 시달렸다.
악마는 40일 굶은 예수에게 돌을 빵으로 변하게 해보라고 유혹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못하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리라’ 예수는 받아친다. 빵이 1순위가 아니고, 하느님과 관계가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빵 없는 고통을 예수가 모르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다. 자발적 실업자가 된 예수는 빵 없는 설움을 실컷 겪었다. 빵으로만 살지 못한다는 말은 빵, 즉 돈이면 다 된다는 사람을 질책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려고 빵 기적을 행한 예수는 정작 자기 배고픔을 줄이는데는 기적을 쓰지 않았다. 기적은 부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쓴다. 예수에게 악마의 둘째 유혹은 정치권력이었다. 하느님이 정치권력을 마치 악마에게 선물한 것처럼 악마는 주장한다. 정치권력은 하느님이나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서 나오는 것처럼 악마는 우긴다. 정치권력은 하느님이나 백성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행세한다. 정치권력은 권력자 멋대로 행사해도 되는 것처럼 악마는 처신한다.
악마는 예수에게 ‘당신이 내게 엎드려 절하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하고 마지막으로 유혹한다. 하느님을 버리고 돈, 권력, 악마를 숭배하라는 요구다. 하느님 없이, 돈과 권력만으로 인간이 부닥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유혹이다. 이렇게 유혹받는 예수 이야기는 예수에게만 던져진 질문인가, 아니면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으로 돈, 권력, 악마 숭배가 언급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예수는 세상에 공식 등장한 후에 돈, 권력, 악마라는 세 가지 유혹에 시달렸다. 그런데, 예수가 겪었던 또 다른 유혹이 사실 하나 더 있었다. 세상에 공식 등장하기 전에 예수는 은둔과 침묵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시달렸다. 역사와 현실에 무관심한 채, 오직 자신과 하느님 관계에 몰두하는 유혹 말이다. 기도, 묵상, 성서 공부 등 명분 좋고 도피하기 쉬운 핑계는 많고 또 많았다. 은둔과 침묵은 돈과 권력처럼 강력하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예수는 은둔과 침묵이라는 유혹과 치열하게 싸웠고 결국 이겨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촛불시민은 어떤 유혹에 빠질 수 있을까. 나 혼자만, 우리 가족만, 내 종교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악의 난동을 그저 구경만 하고, 한숨만 쉬며 자포자기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저항하는 시늉만 하다가 적당히 발 빼려는 유혹에 시달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을 단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악마가 예수를 유혹하듯이, 예수 시대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지식인들은 예수를 유혹했다. 악마에게 엎드려 절하라고 악마가 예수를 유혹했다면, 악마에게 저항하지 말고 안락한 길을 걸으라고 예수 수제자 베드로는 예수를 유혹했다. 예수 시대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지식인들이 예수를 유혹하듯이, 우리 시대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이 착하고 정의로운 촛불시민을 유혹하고 있다.
예수가 소극적으로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견디어낸 것은 아니다. 악마,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지식인들, 안락한 길을 걸으려는 종교인들에게 예수는 "악마여 물러가라" 호통쳤다. 그리고 예수는 적극적으로 악마에 저항하고 투쟁하여 승리했다. 지식인들의 소름 끼치는 이기주의와 방관이 있는 한, 윤석열 검찰독재는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일을 볼 때 쉽고 어려운 것이나 성공하고 실패할 것을 먼저 보기보다는 그 일이 옳은 일인가 그른 일인가 먼저 볼 것이다.” 1932년 만해 한용운 스님 말씀이다. “죽음으로서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짐승만도 못한 세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면, 자기는 돌에 맞아 죽는다!” 양회동 열사의 모친은 절규했다. “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자는 더 이상 대통령의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선언했다. “설마 저러다 말겠지” 라거나 “나와 무슨 상관인데…” 하는 것은 망국적 재앙을 키우는 위험천만한 방관이다. 거리의 촛불도, 골방의 기도도 좋다. 맨 앞이 아니라도 된다. 곁이라도 좋고 맨 뒤라도 괜찮다. 함께 하기만 하면 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말씀이다. 윤석열 정권,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지식인들, 안락한 길을 걸으려는 종교인들에게 우리는 ‘악마여, 물러가라~’ 호통쳐야 한다. 예수처럼 우리도 악마에 저항하고 투쟁하여 악마를 몰아내자고 나는 말하고 싶다. 악마와 싸우다 보면 스스로 악마가 된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악마와 싸우지 않는 사람이 곧 악마가 되고 만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