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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순수한(?) 깡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깡패들은 자신이 양아치로 불리는 것을 아주 불쾌해했다. 예전 깡패들은 힘을 이용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의리를 목숨 이상으로 중요시했다. 그래서 일부 깡패들은 사람들로부터 협객이라 불리기도 했다. 반면 양아치는 힘 있는 존재에게 비굴하고 힘없는 사람을 갈취한다.
이처럼 깡패와 양아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유무에 있다. 즉 전자는 그래도 사람의 기본을 지키려는 자이고. 후자는 사람다움을 잃어버린 금수다. 세상에 정의가 사라지면 양아치들이 설쳐댄다. 현직 검사인 이성윤 검사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한동훈 부류의 검사들을(수사에서 언론을 활용하고.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가고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올 때까지 표범이 사냥하듯 무지막지하게 수사하는. 이른바 '사냥 수사' 문화를 공유하는) ‘특수통 패거리'라 불렀다.(참고로 나는 전문직 종사자를 부를 때 직책을 부르지 않는다. 학장이나 총장 대신 김 교수, 이 교수라 부르듯이 이성윤 검사도 검사장이 아닌 검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이 '특수통 패거리'를 시중에서 일반인들은 '양아치'로 부른 지 오래 되었다.
양아치들은 시장통 등을 관할구역으로 설정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규칙을 강요하며 갈취하고 축재한다. '특수통 패거리'들이 양아치들과 닮은꼴인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도 엿가락처럼 늘리고, 자신이나 자신의 패거리가 중대 비위자이고 범법자일 경우에는 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특수통 패거리'들에게 법은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만 동원하는, 다른 이름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시장통 양아치와 다를 바가 없다. 동료 검사들이 ‘검사 윤석열’을 부잣집 중2에 비유한다고 한다. 그런데 부잣집 중2는 자기 통제가 되지 않는 철부지이지만, 대통령이 된 ‘검사 윤석열’은 정의감과 애국의식이 과잉된 ‘검사 전두환’이나 ‘검사 히틀러’에 가깝다.
‘검사 한동훈’이야말로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부잣집 중2의 전형을 보여준다. ’검사 한동훈‘이 MBC 기자 압수수색을 하며 내뱉은 말이다. “누군가를 해코지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악용하면 안 된다. 그냥 넘어가면 다른 국민들께 이런 일이 있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검사 한동훈’은 조국 전 장관의 딸인 조민 양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공개한 주광덕 의원에 대한 경찰의 통신영장 신청을(생활기록부 유출 의혹을 받던) 검찰이 기각할 때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대검의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 ‘검사 한동훈’은 MBC 기자에 대한 변을 길게 내뱉었지만 요약하면 “억울하면 검사해!” 라는 것이다. ‘검사 한동훈’은 부잣집 중2에서 성장이 멈춘(철부지 어른이 아닌) ‘어른 철부지’다.
지난 1년 대한민국은 한 사회가 얼마나 빨리 야만적으로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후퇴와 사회의 야만화는 혐오와 분노의 토양에서 자란다. 그리고 혐오와 분노는 소외와 배제가 구조화될수록 성장한다. 한국 사회는 세습성이 강한 자산의 불평등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심한 나라이다. 자산 증가가 소득 증가 속도보다 수십 배가 빠른 사회에서 열심히 일해서 얻은 소득 중 절약하여 만드는 자산은 의미가 없고, 자산 축적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불만을 품게 된다. 경제 양극화가 정치 양극화로 이어지고(분노가 충만한 사회에서) 정치는 혐오와 대중의 분노를 적극 활용한다. 공적 자원의 사유화를 공유하는 특권층 카르텔의 협업으로 혐오의 정치는 대중을 파편화하고, 부패 언론 등 특권층 카르텔의 이데올로기에 대중은 길들여지고 세뇌된다. 특수통 패거리와 부패 언론의 협업 목적은 공적 자원의 사유화와 사적 축재에 있기에 대중은 필연적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다.
다중의 저항에 특권층 카르텔은 공권력의 폭력적 남용으로 대응하고 다중은 지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권력의 폭력적 남용은 필연코 비극을 낳고 자기 무덤을 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호는 선장의 리더십과 항해술 문제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기록을, 그리고 불행한 역사를 쓰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자신보다 국가 경제를 걱정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표적인 경제 기록은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윤석열 정권에서 수출액은 341억 달러가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683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모두 한국 무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문제는 수출 감소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액 감소는 지난해 4분기 -10.0%, 올해 1분기 -12.7%, 그리고 올해 4~5월에는 -14.7%로 빨라지고 있다. 수입액도 지난해 4분기 +3.1%에서 올해 1분기 -2.2%, 그리고 올해 4~5월에 -13.6%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무역 규모가 수축하고 있는 것이다. 4월과 5월에 무역적자가 20억 달러대로 줄어든 것도 수입액의 급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계속>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