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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대국민 사기 벌이는 정권(1)

건국대학교 최배근 칼럼
대학의 한 학기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 내가 속한 대학은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학점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학기는 코로나 팬더믹 이후 오랜만에 본격적인 대면수업을 완전히 복원한 학기였을 뿐 아니라 대학 선생 짓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기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시작하였다. 한 학기 동안 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본다.

대학 선생 짓을 하는 나에게 학생은 존재 이유다. 그래서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려고 나름 노력해왔다. 학생을 이해하는 작은 버릇 중 하나가 출생 연도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1965년생부터 2004년생까지이다. 이 버릇은 1993년경부터 생겼다. 그때까지 우리 학과의 여학생 비율은 5% 안팎에 불과했는데 갑자기 3배 정도인 15%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출생부터 성장 과정을 생각하니 대충 이해가 갔다. 1974년생이고 학교를 80년대 이후 다닌, 특히 고등학교를 90년대에 다닌 세대라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우리 세대는 누이들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진 세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93학번은 가족계획 세대이자 절대 빈곤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중산층 사회로 도약하는 단계에서 성장한 세대였다. 올해 대학 1학년(23학번)은 2004년생이다. 내가 초기에 가르친 학생들의 자녀 세대이다. 초기 제자들은 기성세대가 되었고, 그들의 자녀가 대학을 다니고 있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사고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본격적 상용화가 2010년경부터라는 점에서 23학번에게 AI는 부모 세대의 인터넷과 비슷하다. 기존 지식으로는 AI를 결코 이길 수 없는 기성세대의 가르치려는 태도가 '꼰대'로 보이는 이유이다.

내게 교육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는 것이다.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여러분은 성인인가?" 뜬금없는 질문에 당연한 말을 왜 하는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시 묻는다. 그러면 소수 학생이 반응한다. "네. 맞습니다" 그럼 "성인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은 대학생과 차이가 무엇인가?"라는 다음 질문을 던진다. 바로 이어서 "대학생이 되자마자 수강과목 선택부터 많은 것을 자기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느낄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이 많아졌다는 것에 동의하는가?"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한다.

"선택이 자기 의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결과도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가?" 하면 마지못한 표정도 있지만(?) 끄덕인다. "여러분의 선택은 말과 행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러분은 자기 의사 표현에 책임지고 있는가?" "평소 여러분의 언행 중 대부분은(언론의 기사나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한 댓글 달기부터)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댓글에 대해 여러분은 책임을 질 수가 있는가? 여러분 댓글의 재료가 되는 대부분 정보는 언론 기사나 대통령 등 공직자 등의 발언에 기초한다.

그런데 만일 그 기사나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유포하는 댓글에 대한 책임에서 여러분은 자유로운가? 고등학생까지는 기사나 공직자 발언의 인용에 책임지지 않지만, 여러분은 성인이기에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기자나 공직자 등을 일일이 고소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를 해결하려면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성인, 즉 우리 선조들이 말한 어른은, 쉽게 되는 존재가 아니다. 민주사회의 시민이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성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즉 여러분이 대학생을 성인이라 생각한다면, 대학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조만간 진출할 현실 사회에서 독립된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 또 하나는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아내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실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스스로 찾아내야 하고, 찾아낸 후 그에 필요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는 선생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여러분이 실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지원을 사회에 요구해야만 한다. 훌륭한 인재는 그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수업에서도 여러분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훈련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 학기 수업을 시작한다.

민주사회의 시민이 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최근 우리 사회의 급격한 퇴보가 이해된다. "대통령은 국민 수준의 발현"이라는 말이 회자하는 이유다.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진짜' 성인이 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야만사회로 추락한다.(자기 눈이 없는) 시민은 조종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계속>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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