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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비율이 50~60%만 되면 자금 조달하기 어렵고, 고금리를 요구한다는 주장이 엉터리인 것은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 국가 중 하나였던 스페인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유로화 도입 이후 금융위기 이전까지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2011년까지 독일보다 낮았던 스페인은 2012년에 90%로 치솟고 2013년 이후 현재까지 100%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 파산 같은 것은 없을 뿐 아니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020~22년초까지 0.3% 안팎에서 안정되었고, 인플레 상승과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에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에도 한국보다 낮은 3.4%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또 국가채무 비율(22년 기준)에서 172%의 그리스와 경쟁하는 167.6%의 싱가포르 국채 수익률이 한국에 시사하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 GDP 대비 높은 외환보유액 비중이다. 싱가포르가 국가채무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가이지만 90년대 이후 국가신용등급에서 최고 등급을 상실한 적이 없는 이유이다. 참고로 만기 1년 미만 국채 수익률은 그 나라의 기준금리에 비례하기에 기준금리로 대체하였다. 이처럼 추경호의 겁박(?)은 사실과 거리가 먼 이른바 뇌피셜이다.
모피아가 자신들의 숙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가 ‘재정건전성’이다. 건전한 재정 운용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부패 정권 및 언론 등이 내세우는 ‘건전재정론’은 ‘재정지출 최소주의’라는 공적 금융(재정) 역할의 최소화에 방점이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국가채무 최소화)은 재정지출 최소화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적 금융의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는 방법은 필요한 공적 금융의 확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생산한 가치 중 ‘사회 몫’을 늘리면 된다. (과거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우리 사회(2020~21년 기준)에서는 통화량 증가분 중 21% 정도만 (땀 흘려 가치를 창출하는) 실물경제로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부분 불로소득과 관련된)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으로 간 결과 순자산 증가분(3239조 원)이 소득 증가분(103조 원)의 31배가 넘는 나라이다. 2021년 소득이 있는 개인 2536만 명 중 0.1%의 세전 소득(18억5 천만 원)이 중간선 50%에 있는 사람들 소득(2633만 원)의 70배가 넘는 나라이다.
진국 중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이고, 불평등의 내용도 (자산 증가분이 주식보다 부동산자산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는 점에서) 악성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조세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지적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세수 감소로 재정 적자 규모가 심하게 증가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먼저,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채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특히 청년세대의 부담감을 이용해 국가채무에 대한 공포감을 이용한다. 그 연장선에서 국가채무 팽창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 억제 필요성을 얘기한다. 그리고 국가채무의 공포감이나 부담감을 주기 위해 국가채무 절대 규모를 강조한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채무 1000조 원 돌파와 임기 중 400조 원 국가채무 증가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이자 납세자 국민에 대한 사기’ 논리가 그것이다. 모두가 가짜뉴스들이다(지난 칼럼 참조).
구체적인 얘기를 전개하기 전에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단순한 개념부터 정리하였다. 경제학에서 채무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갖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부정적 측면으로 각인되고 있지만) ‘시점 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돕는 순기능도 존재한다.
경제적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 표현이 너무 어려울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가계나 기업 등이 소비나 투자 등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수입 범위에서 지출하지만,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가정의 달이나 좋은 투자 기회가 왔을 때) 자기 수입이나 자본을 초과하는 지출이나 투자를 위해 차입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가족 구성원 전체의 행복(효용)이나 기업이 추구하는 수익 극대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증가한 채무는 미래 지출을 절약해 해소하거나 미래 수익으로 상환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채무를 ‘미래 소득을 당겨쓰는 것’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채무를 이용하는 것이 채무 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채무의 순기능이 존재한다.
국가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그리고 수출 등이 위축되어 경기가 둔화할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경기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그 결과로 재정은 일시적으로 적자가 되지만 경기가 살아나 세수가 증가하면 국가채무도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 증가에서 한국보다 압도적이었던 주요 선진국의 지난 1년간 국가채무 변동을 보면 절대 국가채무액의 여전한 증가 속에서도 GDP 대비 비중이 상당히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채무 절대액 및 비중 모두 증가한 한국이나 일본 등과는 대조적이다. 대체로 성장률이 좌우했음을 보여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