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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대통령 권한까지 노리는 모피아(5)

건국대학교 최배근 칼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조사 결론은 이론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40%나 100%가 아니라 왜 60%여야 하는가에 대한 유일한 근거는 유로화 도입 당시 회원국 평균 채무 비율이 60% 근처였다는 것, 그리고 유로존에서 비중이 가장 큰 독일의 명목 GDP 성장률과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자율)이 거의 같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참고로 유로화가 유통되기 직전인 2001년 당시 유로화 도입을 한 12개 국가의 국가채무 비율의 산술 평균이 62.8%였다. 문제는 국가채무 비율 60%와 재정적자 3% 이내로는 국가채무 비율 60% 달성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유로존 국가채무 비율이 목표를 달성한 적이 한 해도 없는 이유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에는 8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재정수지 목표로 설정한 3% 수치 역시 이론적 근거는 없다. (경기 대응 등의 필요에 따른) 개별 회원국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허용하면서 물가 안정이나 국가채무 관리 등을 위한 절충점이었다.

세 번째 질문을 처리하기 위해 먼저 국가채무 비율의 구성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였다. 국가채무 비율의 분모는 명목 GDP 성장률(경상성장률)이 결정하고, 분자는 기존 채무액과 채무액에 대한 이자 부담 그리고 그해에 새로 발생하는 재정적자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참고로 재정수지는 (국세수입과 세외수입과 기금 수입 등이 대부분 차지하는) 정부의 총수입과 (예산과 기금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의 총지출 간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이 차이가 ‘통합수지’이고, 통합수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산재와 고용 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 부분을 제외하면 ‘관리수지’가 된다. 그리고 정부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을 제외한 정부 지출과 정부 수입의 차이가 ‘기초수지’이다. 따라서 그 해의 국가채무 비율은 (모든 정부가 참고로 하는) 다음 산식으로 결정된다. 참고로 평균 조달금리는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국채 이자 부담과 차환하는 국채 이자 부담 등을 평균한 것이다.

이처럼 이전 정부에서 재정수지 관리 기준을 통합수지로 설정한 것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런데 추경호 재정 준칙에서는 왜 통합수지를 관리수지로 설정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보장성기금 수지에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지난해 16.9조 원 흑자였고, 올해도 4월까지 9.8조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수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부 순수입(≡수입-지출)이 작아진다. 재정이 적자일 경우 적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관리수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재정지출을 억제해야만 한다. 문제는 국가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가 흑자 혹은 적자일 수 있기에 관리수지를 국제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이다. IMF가 통합수지를 기준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기초수지가 국가채무 비율에 영향을 미치기에 학생들에게 국가채무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수지를 볼 수 있는 IMF의 ‘재정 모니터’(매년 2회 발간)를 소개하고 한국을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라 하였다. 2006~22년간 선진국 평균의 기초수지 적자가 3%를 넘었던 해는 여섯 해였고, 유로존도 네 해나 되었다. 반면 한국은 한 해도 없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던 2020년도 3% 이내였다. 학생들은 한국이 재정 관리가 가장 잘 되는 국가였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 비중이 작은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21년)에는 적게 증가하였고, (앞에서 소개한 표에서 보듯이) 지난해에는 감소로 전환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증가를 지속하였다. 팬더믹 기간 국가채무 증가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대급부로 가계 채무가 급증하고, 성장 기반을 훼손시켜 성장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밝히고 있듯이) 중장기적으로 재정 기반이 지속 가능한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추경호는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으면 재정수지 한도를 강제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재정적자에서 보듯이 재정수지는 (정확히 전망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경기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정수지가 흑자 또는 적자가 되어 경기 변동을 완화하는)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얘기한다. 그런데 법률로 수치를 못 박아 재정을 경직적으로 관리하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은 포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추경호 등 모피아가 이론적 근거도 없고, 현실적으로 무리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정통 모피아인 추경호가 (법제화할 경우) 한국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재정 준칙을 반드시 만들겠다는 것은 ‘재정지출 최소주의’(공공금융 무력화)라는 이데올로기를 종교처럼 신봉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 최소주의는 공공금융을 약화하고, 사적 금융 주도, 즉 돈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정지출 최소화는 감세로 이어지고, 감세 혜택은 부유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불평등이 심한 한국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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