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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과 대통령의 자세

최준호 칼럼
기후변화 탓인지 요 며칠 사이 내린 역대급 폭우로 나라가 온통 물난리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13일부터 평균 300mm 이상의 비가 내려 농작물과 사설하우스 14,579ha와 가축 22만 수가 폐사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그 피해집계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어서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하다. 특히 군산 익산에는 도내 평균을 훨씬 웃도는 500mm의 물폭탄이 쏟아져 재산피해가 컸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히도 군산에서는 단 한명의 인명피해를 내지 않아 위안을 삼는다. 강임준 시장과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재난에 맞선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러나 눈을 돌려 밖을 보면 그나마 우리 지역의 피해는 좀 나은 편이다. 경북과 충청권은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인명피해가 커 안타깝고 슬프다. 특히 청주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피해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참변 1~2시간 전에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지차체에 홍수경보를 발령하며 긴급통제 요청을 했는데도 관할 지자체는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다 화를 키웠다. 이번 참사는 몇 년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사고의 판박이다. 교훈을 얻지 못한 대가치고는 피해가 너무 커 화가 치민다.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졌는데 관할 지자체에서 보낸 대피문자는 사고 이후에 발송됐다. 아무리 변명한다 해도 이는 치수 실패요, 책임 방기다. 미증유의 재난 앞에 국가도 없고 지방정부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참사는 인재로 규정해야 맞다. 윗물이 탁하니 아랫물 맑을리가 있겠는가.

40명 이상의 국민이 죽어가고 천문학적인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국가 재난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나토 회의에 참석한 뒤 일정까지 변경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앞에서 생즉사 사즉생, 죽기로 작정하고 싸우면 산다는 정신으로 강력히 연대하여 함께 싸워 나가자고 읆조렸다. 모골이 송연하다. 윤석열은 대체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가. 형편이 닿는 한, 그리고 성숙한 문명국가로서,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인도적 차원에서 돕는 건 권장할 일이나 지금 시점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는게 가당키나 한가.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가.

혹시 ‘날리면 대통령’이 그러라고 시켰는가. 아니면 ‘날리면 대통령’이 좋아할 것 같아 그랬는가. 그것도 아니면 돋보이고 싶어서 그랬는가. 대통령은 전쟁을 컴퓨터 게임의 오락쯤으로 여기는 전쟁광인가.
그러고 나서 재난상황에 대해 한다는 말이 ‘대통령이 한국 뛰어가도 상황을 못 바꾼다’며 비탄에 잠김 유족들과 이재민들의 상처난 가슴에 소금을 뿌려댔다. 지난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때도 “정부가 딱히 할 일이 없었다”고 한 말과 판박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공복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윤석열은 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지난해 포항의 지하주차장에서, 또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서 참변이 발생했을 때도 대통령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AI, 인공지능 홍수예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재해 예방 활동을 할 의지가 없으면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종전선언을 빨갱이로 몰고, 핵폐수 방류에 대국민 총력전을 펼치고, 반중 반러로 국익을 망치는 친일찬미뿐인 외교..배워서 하는 황당무계한 국정 쑈..개념도 상식도 역사관도 경험도 없는 일개 대통령의 편향적 판단과 반민족 카르텔의 장난같은 국정운영에 나라가 미쳐간다. 국가의 총체적 위기와 자국민의 고통에도 전쟁 컷, 쇼핑 컷 날리며 외교놀이에 정신줄 놓은 대통령이 국민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가.

국내에서는 대통령 처가 쪽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하려다 적발되어 난리가 났는데 그런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 따라 해외 여행길에 오른 대통령 부인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명품샵을 순회하는 여왕의 쇼핑을 즐기다 현지 언론 보도로 들통났다. 그것만으로도 국민들 속은 터지는데 명품샵의 호객 행위에 끌려 구경만 한 거라고 둘러댄다. 변명을 하더라도 제발 좀 성의있게 하길 바란다. 국민이 바보 천치도 아니고 자존심이 있는데 그래야 듣는 국민도 믿는 척하고 넘어갈 거 아닌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비가 와도 내 탓 같고 비가 안 와도 내 탓 같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 애민정신의 발로다.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무거운 책임감도 담겼다. 우이독경인 줄 알지만 흉내라도 냈으면 좋겠다.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의 일갈이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보통사람은 그냥 ‘나쁜 놈’이라고 한다. 그러나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권력자는 ‘폭군’이나 ‘독재자’라고 한다” 재난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실종된 분들은 생환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비탄에 빠진 유족들과 재산을 잃은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최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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