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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 책임이 전북도에 있다고?

최준호 칼럼
예상은 한치의 오차 없이 적중한다. 잼버리가 파행 국면을 맞으면서 예상했던 책임론 공방에서 역시 힘없는 전북도가 ‘동네북’이 되고 있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정부의 주요 책임자들은 남 탓하기에 바쁘고 집행기관인 전북도를 희생양 삼아 국민감정을 잠재우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여준 각종 재난사고 처리 과정을 눈여겨 본 국민들은 이런 일련의 흐름을 쉽게 읽어낸다. 그러니 이번 새만금 잼버리 파행도 종료 후 누가 표적이 될지 국민들은 이미 예측한 일이다. 바람도 불기 전에 누워버린 풀 같은 존재, 정부 여당은 예상대로 “이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은 전북도에 있다”고 떠들어 댄다.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데 별 관심 없는 보수언론들도 개구리 합창하듯 한목소리다. 잼버리를 망쳐놓은 정부 여당이 이렇게 전 정부나 전북도를 탓한다고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할 것으로 보는가. 이미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어 국민 신뢰를 저버린 감사원이 감사에 나섰고 곧 있으면 검찰이 등장할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정형화 되다시피한 이런 패턴을 학습된 국민들은 벌써 알고 있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압사참사, 지난 7월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고에서 보듯 정작 핵심 책임자는 쏙 빠지고 현장에 나갔던 공무원만 당하지 않았던가. 최근에는 집중호우로 대민지원에 나섰다 희생된 해병대원의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제대로, 열심히 수사한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죄’라는 치욕적인 죄목을 씌워 단죄하려 든다. 공은 가로채고 책임은 전가하는, 그야말로 조직에서 가장 추악한 윗분들의(?) 전형을 목도하고 있다. 잼버리의 파행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조사를 해서 잘못이 드러나면 거기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면 된다. 대회준비 과정에서 목적에 어긋나게 해외여행에 나선 공무원들의 잘못도 시비를 가리면 된다. 책임 피할 생각 없다.

하지만 조사도 하기 전에 “전북도가 책임의 핵심에 있다”고 프레임을 씌우면 끝나는 일인가. 행사 조직도만 살펴보아도, 업무 분장표만 확인해 보아도 금방 책임 소재가 가려지는데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전 정부 탓이나 하고 전북도에 책임 전가하는데 혈안이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한번 따져 보자. 새만금 잼버리 총사업비 1171억 원 가운데 조직위는 870억 원, 전북도는 265억 원, 부안군은 36억 원을 썼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부시설(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 설치, 참가자 급식 및 운영요원 식당 운영, 폭염 대비 물품 구입(물, 소금), 행사장 방역 등은 모두 조직위 업무였다. 예산 역시 조직위에서 집행했다. 그런데도 전북이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수십조 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전북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당초 전북도가 세계잼버리 유치 활동을 진행 중이던 2016년, 정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가 '순수 사업비'로 491억 원을 승인하고 이후 2020년 12월 기재부가 지정한 대외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간이타당성 검토를 통해 이 금액이 586억 원으로 증액 평가됐다. 이것이 현재 '조직위 운영비' 870억 원의 모태였다. 

따라서 이 금액은 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언론의 '희망'과는 달리 전 정부 기간이 상당 부분 포함된 5년 동안 차곡차곡 쓴 돈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근 1년간 집중적으로 집행된 예산인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잼버리 난맥의 책임을 전북도로 돌리기 위해 실제 집행은 전북도가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논리도 타당치 않다.

잼버리 전체 예산 1171억 원은 국비 303억 원, 도비 419억 원, 자체수입 399억 원, 기타 수입 50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자체 수입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참가비이고 기타 수입은 광고 수입이다. 전북도는 중앙정부의 303억 원보다 많은 419억 원을 부담했다. 전체 예산의 36%로 가장 많이 부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북도가 맡은 상하수도와 전기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265억 원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된 먹거리, 화장실, 샤워장, 의료시설과 지원 등은 모두 조직위 책임 아래 사업이 짜였고 예산이 집행됐다. 실제로 4만3천명의 참가자가 몰리는 야영장에 화장실 354개, 샤워장 381개를 설치한 계획은 전북도와 무관한 조직위가 결정한 사항이다. 곰팡이 계란도 조직위가 선정한 업자가 납품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북도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 기관인가. 사정이 이런데도 잼버리 대회는 이상하게 모든 잘못이 전북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을 져야 맞다. 하지만 각자가 잘못한 만큼 그 몫에 합당하게 책임을 지면 된다. 모든 걸 전북 탓으로 돌리려는 정부 여당이 처사가 참으로 옹졸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다. 5백만 도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보고 있다.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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