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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사와 경제 붕괴(1)

건국대학교 최배근 칼럼
"이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정치를 해서 나라 경제 망쳐 놓고, 외교 안보 전부 망쳐 놓고…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뭐 토론을 해야 되겠습니까. 어이가 없습니다. 정말 같잖습니다."

2021년 12월 29일 대구·경북지역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의 토론 요구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답이었다. 또 윤석열 후보는 이 발언 약 한 달 전인 2021년 11월 22일 '제20대 대통령 후보 국가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자신은 "최고 인재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일을 맡기겠다"는 국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한 지 1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국민에게는 명확해졌다. 누가 3류 바보인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윤석열 후보가 '똑똑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경악스러웠던 것은 상당히 많은 자칭타칭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같은 말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사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보여준 언행으로 그의 실력은 대체로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 자신도 알았다. 자신에게 국정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 없음을….

그래서 나온 말이 '최고 인재 활용론'이다. '망각의 동물'이라는 인간에게 망각은 삶에 필요하고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회는 망각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망각에 대한 저지 장치를 만들어야 하고,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전문가들에 있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한 전문가는 사실 특별한 존재(?)들은 아니다. 어느 역사에나 있는 '순응자'들일 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히틀러 집권 전에 그랬듯이 포악한 권력의 등장 가능성이 클수록 발호하는 '가짜 지식인' 숫자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일반인보다 많이 가진 정보에 기대어 대세 순응자인 가짜 지식인들이 커밍아웃을 통해 충성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최근 재개봉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The Conformist)'로 무더위 여름을 식혀보시기를….

'최고 인재 활용론'의 원조는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영삼 정부는 선거 승리 후, 출범 직전인 1993년 1월에 사망자 28명을 포함 76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시 우암상가아파트 붕괴를 시작으로 집권 후에는,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1993년 3월에 78명의 사망자 포함 198명의 부상자를 낸 구포역 열차 전복 사고를 시작으로 그해 7월에 사망자 66명 포함 110명 사상자를 낸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같은 해 10월 292명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1994년 11월 사망자 32명 포함 사상자 49명을 낸 성수대교 붕괴 사고, 그해 12월 사망자 12명 포함 113명 사상자를 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1995년 4월 등굣길 학생 43명 등 101명의 사망자 포함 202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6월 사망자 502명 포함 1,439명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대규모 사회 참사가 이어졌다.

게다가 김영삼 정권이 최고 인재라고 내세운 '머리'들은 국제금융에 대해 지독하게 무지했다. 여기에 재벌 자본은 탐욕에 눈이 멀어 눈앞의 이익 좇기에 급급하였다. 그 결과가 자본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자본시장 개방이었고, 이렇게 유입된 외국자본은 '모르핀'이었다. 1994년부터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가운데 자본 유입의 급증으로 환율은 오히려 하락하며 무역수지 악화를 부채질하였고, 동남아 상황의 악화에 따른 외국자본의 갑작스러운 유출은 1997년 12월 이른바 외환위기로 이어지며 김영삼 정권은 경제 붕괴로 끝을 맺었다.

김진태 사태에서 비롯한 신용위기와 10‧29 이태원 참사 그리고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로 시작한 '사회 참사와 경제 위기'는 올 2분기의 (소비와 투자, 수출과 수입 그리고 정부지출 등) 경제활동의 모든 부문에서 마이너스(-) 성장률로 이어졌고 7월 오송 참사와 8월 잼버리 사태 등까지 사회 참사와 경제 위기의 공진화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는 경제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와 수출입 그리고 정부지출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2분기 지표는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는 모두 인재(人災)였듯이 현재의 경제 위기도 100% 인재(人災)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현재의 경제 위기는 윤석열 정권에서 순차적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 바이든이 한국으로 날아온 이유는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을 위해) 한국 경제를 미국 안보의 하위 개념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것으로 설명한 바가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21일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번영과 안보, 집단이익을 위해 경제·에너지 안보협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에 양국의 정책을 조율할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킨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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