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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버리자! '제2 노 재팬' 시작하자!(2)

건국대학교 최배근 칼럼
이 모든 것이 정치 외면의 결과이고, 시장과 민주주의 간 균형이 파괴된 결과이고,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교육의 폐해이다. 특권층 카르텔이 권력을 장악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적 자원(과 권한)의 사유화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것이기에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공익 의식이 매우 약하다. 한국의 특권층 카르텔 정부가 들어서면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인재(人災)형 참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나라의 근간이 허물어지는 이유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에서 보듯이 이들의 집권이 비극적 결말로 끝을 본 이유도 이들의 권력 속성이 반인간적, 반민주적, 반국가적이기 때문이다. 특권층 카르텔이 만든 대부분 정권이 '애당초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로 역사속에서 평가받는 이유이다.

더 비극적인 것은 그럼에도 이 땅에 이처럼 비정상적인 국가권력이 반복해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심지어 전두환을 드러내고 찬양하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공직이나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조차 (일본의 조선 합병이 합법적이었다는) 일본 극우와 '사실상' 같은 사고를 하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심지어 2000년대 이후에는 이들을 역사의 중심으로 복원시키고 있다. 백선엽 동상을 건립하고,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이회영 등 항일무장투쟁 영웅의 흉상들을 철거하려는 이유도 '친일에서 반공으로 이어진 삶'을 '대한민국의 정의'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가항력적 폭력이 증가하자 장갑차와 특공대를 투입하는 정부, 국민 대부분이 핵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데도 (국민의 혈세인 대통령실 예산으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홍보까지 하며 적극 옹호하는 정부, 단체급식을 통해 수산물을 소비시키겠다는 발상이 가능한 정부 등의 모습과, 수출액이 2018년 이전으로 후퇴하고, 기업의 수익이 2015년보다 줄어들고,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 가계소득이 줄어들며 가계 실질소득이 2020년 이전으로 후퇴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한 결과물이다. '애당초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의 등장과 '경제 붕괴'가 동전의 앞뒷면 관계라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물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시장과 민주주의는 균형을 이루어야 사회와 경제는 발전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순간 야만 사회로 추락하는 것과 동시에 경제도 나락으로 추락한다는 사실을 지난 1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다르고, 정치를 외면하길 바라는 자들이 누구인가를 알면 우리 사회는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각국 정부의 질을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조사하여 전년도 순위를 매년 3월 발표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7년간(2017~23) 전체 국가 중 10% 이내(18위~19위 이내)의 이른바 1그룹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한 해도 탈락하지 않은 국가들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에스토니아, 뉴질랜드, 벨기에, 코스타리카,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었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 호주 등도 종종 1그룹에서 2그룹으로 밀려나곤 한다. 나에게 이 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의 협업으로 만들어져 방대한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이 2등급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를 갖게 한다.

한국은 2016년 37위로 3그룹 국가로 분류되다가 2017년 34위의 2그룹 국가 → 2018년 12위의 1그룹 국가 → 2019년 18위의 1그룹 국가 → 2020년 18위의 1그룹 국가 → 2021년 17위의 1그룹 국가 → 2022년 28위의 2그룹 국가로 변동성이 큰 국가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분류가 된 2018~2021년은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 코로나 팬더믹 위기의 성공적 극복 ~ UN에서 개도국 중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한 첫 국가 등으로 이어졌던 기간으로 우리 사회에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회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 내년에는 다시 3등급 국가로 내려가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추락한 이유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취약성 때문이다.

<계속>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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