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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정치 관심과 참여의 1회성 결과물이 아니다. 일상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사회 속에 제도화하고 구조화해야만 그 생명이 지속할 수 있다. 민주주의 생명이 지속하지 못하도록 특권층은 끊임없이 방해한다. 대표적인 것이 ("그놈이 그놈이고 모두 똑같다"는) 정치 혐오의 확산이다. 이를 위해 정치검사는 기획수사 표적수사로 지원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휘둘러 '낙인'을 찍고, 그리하여 정치 혐오를 생산한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민주주의에 대한 상당수 국민의 이해 부족이다.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우리는 주민을 위해 일할 동대표를 선출한다. 그런데 선출된 동대표 중 일부는 업자와 결탁해 부정을 저지르거나 아파트 공동생활을 위해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하기도 한다. 선출한 동대표가 주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행위를 할 수 있듯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도 국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행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당수 국민은 민주당에게 180석이나 만들어주었는데 뭘 했냐, 혹은 뭘 하고 있냐며 실망과 더불어 정치를 외면한다. 선출할 때부터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대표를 선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오죽하면 사회과학에 자기 이익 실현을 위해 고용한 대리인의 이익 추구가 주인 이익과 어긋나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와 그 연장선에 있는 '도덕적 해이' 개념들이 만들어졌겠는가. 이 모든 것이 대의민주제의 한계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않는가. 그 한계를 해결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장치들을 보완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우리 삶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특권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소망하는, '국민이 진짜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전 칼럼에서 말했듯이, 문재인 정권은 국민이 진짜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를 정책적·제도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간 이어온, 폭력을 행사하는 공권력에 대한 통제나 부동산 공화국 카르텔의 이익에 복무하는 경제 운영을 해체하고 새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촛불혁명의 명령이었음에도 공적 자원과 권한의 사유화를 통한 사적 이득 추구를 제거하기는커녕 방조했다. 나는 문재인 정권 1년을 평가하는 2018년 12월, 한 방송(MBC, 심인보의 시선집중, 12월 20일 인터뷰 참고)에서 "문재인 정권은 무능하고 아마추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혹자는 왜 문재인 정부를 방어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내 비판은 조중동 등 부패언론이 정보를 조작하면서 문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의도와 근본 성격이 달랐다.
이제 마무리하자. 우리는 꿈을 포기할 수 없다. 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고 싶은 것에, 적어도 표면적으로 반대할 국민은 없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자세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 부재 속에서도 1년 넘는 기간을 각자도생의 자세로 임해왔다. 참으로 양순한 국민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국민이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리면서, '애당초 존재 가치가 없는 정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생태계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앞장서 국민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생태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정부는 필요가 없다. 국민의 안전이 안중에도 없는 정부를 이제 국민은 버려야 할 때이다. 그리고 지구촌과 자연에 대한 일본의 국가 폭력에 침묵하고 방조하는 정부를 대신해 국민은 '제2의 노 재팬(No Japan)'을 시작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