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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兄, 세상이 왜 이래 - 한가위 단상

최준호 칼럼
바람 삽상하고 공기 소슬한 가을입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가는 요즘엔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동네와 이웃에 꽃잎으로 돌리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가 반갑게 영접하고 황금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호시절입니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을 이겨내고 빚은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도 생각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 가는 길이 옛 추억과 동심으로 가득찬 행복한 여정이길 바랍니다. 추석 연휴만큼은 한동안 뜸했던 가족과 친구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웃음 짓는 포근한 명절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런데요, 이 계절이 안겨준 선물처럼 세상일도 좀 평온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고 참담합니다. 그래서 올 추석에도 고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 말했던 DJ는 서거 직전인 2009년, ‘나쁜 정치’를 보면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행동하는 자만이 정의를 말하고 누릴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침묵하는 사람은 노예로 살기를 작정한 자들입니다. 제 눈에는 이 정권 출범부터 제대로 된 정책이 1도 안보입니다. 

정부 여당은 출범 직후부터 일본에 충성 경쟁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외려 일본 정부보다 먼저 그들의 정책을 변호하고 홍보합니다. 자국민에게 후쿠시마 핵폐기수의 안전을 홍보하고 세슘이 범벅된 우럭 먹이는 것도 모자라 독립군 총사령 홍범도 장군을 부관참시하고 이순신 장군에게 침을 뱉고 세종대왕에게 돌을 던지려 듭니다. 

문화 민족, 자주 민족의 장엄하고 숭고한 역사를 부정하고 친일 매국 역사로 먹칠하겠다는 일제의 꼭두각시 도당들이 제 정신입니까? 그러니 지금 이 정부가 일본 기시다 정부 한국출장소 같다는 말이 나옵니다. 15개월 적자를 연속 기록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30, 40대 가장이 직장을 잃고 자영업자들이 줄폐업을 하고 중소기업이 줄도산을 해도 초부자는 감세해 주고, 강남 집값은 돈줄 풀어 떠받치고 고속도로 구부려 재산 대박나게 하고 혈세로 해외 명품 쇼핑하고 남의 나라 전쟁 무기 대주며 나라 곳간을 탕진하고 한숨만 쉬고 있는 국민에게는 알아서 능력껏 사는 게 자유고 이념이라 말합니다. 혹시나 해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농부의 씨앗에 비유되는 ‘미래의 먹거리’ R&D 예산을 무려 5조3천억이나 삭감하면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3조751억, 후쿠시마 핵오염수 대응에 2천1백억, 서울~양평 고속도 설계비로 1백23억원을 증액했습니다. 납득이 가십니까? 사상 초유의 예산 삭감을 당한 과학계는 그래서 요즘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난리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이념은 민생보다 중요하다고 떠듭니다. 

국민 70~80%와 싸우자는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도 “누가 단식하라고 했느냐”며 조롱합니다. 병사를 사지에 몰아넣은 사단장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수사단장을 집단항명 수괴범이라고 하는 이 정권의 기상천외한 궤변으로 말하자면 특활비를 부정 사용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영수증을 휘발시킨 검찰이야 말로 수십억 국고를 횡령한 범죄단체 조직이고 맨 꼭대기 책임자가 그 수괴 아닌가요? 항명 수괴라고 법 왜곡을 하는 국방부 장관을 경질하랬더니 살인마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한 자를 장관으로 지명해 국민에게 염장질을 합니다.

나라 꼴이 이런데도 우리 국민은 참 착합니다. 야당이 민생이 파탄 나서 제안한 추경은 “나라 살림은 어쩌냐”며 반대합니다. 재정적자는 정부여당 탓인데 나라 살림과 재정건전성 타령합니다. 그러면서 동조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이 모든 것이 월소득 2백22만원(21년 소득자 기준) 이하인 1천2백68만명의 국민이, 월소득 3백69만원 이하인 1천7백80여만명이 재벌총수의 상속세 12조원을 걱정해 주고 자기 집도 없으면서 종부세 걱정해 주는 착한 국민이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전북의 현실도 한번 살펴 볼께요. 지난 8월 초, 새만금에서 열린 잼버리대회가 피행으로 끝났다는 소식 보았는지요? 잼버리 파행 결과는 결국 새만금 예산 78% 삭삼으로 돌아왔습니다. 설마 했는데 파행의 책임을 놓고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더니 정부가 아예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짜겠답니다. 노골적인 ‘정치 보복성’ 삭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전북도내 지역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세상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져 갑니다. 상식이 무식에게 전복되고 가짜가 진짜에게 주먹을 날립니다. 허언과 낭설이 지배하는 세태, 도적이 주인을 내쫓고 가문의 족보가 땅바닥에 내던져져 마구 구둣발로 짓밟힙니다. 민생도 경제도 외교도 안보도 역사도 민주주의도 사법 정의도 파국으로 가는 대한민국, 깨어있는 민중의 힘으로 멈춰 세워야 합니다. 그렇치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요?

/최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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