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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에서 외면받는 '자폐국가' 한국의 우익(2)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적인 미국 여론도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63%가 찬성했다. 주한미군 주둔 찬성률도 64%에 머물렀는데, 이는 2016년 70%를 기록한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이 더 악화되고 내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하기라도 한다면 한미동맹은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혼란에 직면하고 불안도 고조될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혼란 때문에라도 일본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창안자로서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 개념은 매우 화려하고 풍부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전쟁 수행 능력은 의심스럽다. 2021년 로위연구소 아시아전력지수에 따르면, 한국군은 일본 자위대보다 효용 가치가 높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훈련, 준비태세 및 유지”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서 미국과 3.3점 차로 2위를 차지했으나 일본은 78.6점으로 8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변변한 공격 미사일이 없고 상륙부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은 전력 발전은 느린 데 반해 말만 앞서가는, 공의 움직임은 없으면서 현란한 몸짓으로 상대방을 혼란시키는 축구 선수 호나우드형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략 개념은 일본이 앞서서 주도하지만 정작 일본 자위대는 전투 부대가 아니라 후방 지원에 국한되는 기획 사령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국과 일본의 구도대로라면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에서도 더럽고 궂은일은 한국군이 떠맡아야 한다. 이에 미국은 한국이 대만사태 비상계획에서 제외되어서도 안 되고,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로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최근 유엔사가 재편되는 기본 방향이다.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는 대만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비상계획을 수립할 조짐이다. 지난 9월 말에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공개 포럼에서 유엔사 개편과 미군 극동사령부 창설을 제안하였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반도체와 전기차 공장을 미국에 지어주기로 약속하고 동맹에 올인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매력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매력이 저하되는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언론 보도가 하나 있다. 뉴욕타임스의 주간지인 <더 뉴요커>는 9월 30일에 ‘한국의 우려되는 민주주의 부식’라는 칼럼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과 야당 수사, 노동과 시민사회에 대한 수사를 소개했다. 칼럼은 인도와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후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을 조망하며, 독재로 회귀하는 한국을 그냥 놔둘 것인지를 질문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 이상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그동안 소원해졌던 중국과의 대화를 복원하는 최고의 기회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과 인기를 발판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중국에서 확장시키면서 한중 관계의 회복을 도모하는 여러 노력이 펼쳐질 만도 했다. 정부의 다각적인 대중 대화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민간의 공공외교로 연말의 한중일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대화와 협력의 흐름을 만들 시점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중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부와 여당은 대중 관계 회복에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과 전략 대화를 소홀히 하면 러시아와 밀착되는 북한을 견제할 외교적 수단을 모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안 게임 기간 중에 재향군인회를 방문해 여전히 전임 문 정부를 겨냥한 ‘가짜 평화론’을 설파하며 이념 전쟁을 부추겼다. 국민의힘은 자질 미달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회를 무시하고 일방 독주하는 국정의 행태를 반복한다. 사실상 무대책인 것이다.
내우외환의 위험 구간에서 윤석열 정부는 안보 지상주의와 극우 통치라는 국정 기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안보 국가로 강화된다는 뜻은 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와 사회적 이익을 단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안보 국가는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감시와 통제의 일상화를 동반하게 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전체주의’와의 투쟁이라는 극우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서 민주주의는 서서히 질식된다.
반공과 친일, 극우를 정체성으로 하는 근본주의 집단이 주도하는 외교·안보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주의 연대가 허물어지는 지금은 가치와 이념이라는 단선적인 잣대로 국가의 생존전략을 수립할 수 없고, 수립해서도 안 된다. 유연하며 개방적이고 다원적인 공공외교로 외교의 자산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 공간을 넓히는 전략이어야 한다. 위기를 차단하면서 주변 관계에서 안정을 도모하고, 협력의 비전을 말하는 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이지, 반공과 친일을 말하는 독재국가가 어떻게 세계에서 존중받을 수 있겠는가. 이는 외부를 향한 넓은 시야의 지평을 확보하지 못하고 좁은 빨대로 세상을 보는 격이다. 중세의 기사단처럼 십자군 전쟁을 준비하는 나라, 중세풍의 성곽 국가를 지향하는 자폐 국가다. 이는 외교·안보에서 ‘신중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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