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검찰권력의 정치공작과 술수, 정치로 끝내야 한다(1)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는 정치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보궐선거의 원인제공 당사자를 3개월 만에 특별 사면하여 공천한 것은 현대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국힘당 내의 반대 정서에도 무리수를 두며 김태우를 공천하게 한 것은 이재명과 조국을 동시에 날리기 위한 윤석열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김태우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 파견된 검찰수사관으로 여러 건의 부적절한 행위로 검찰로 돌려보내진 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언론에 유포하며 공익신고자를 자처한 인물이다. 이후 울산시장 선거개입, 하명수사의혹 등을 연이어 제기하며 조국 저격수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유재수 건과는 무관하게 5건의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되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구청장 직을 상실했던 것이다.
김태우는 공익신고자를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조국이 유죄면 자신은 무죄라는 게 상식이고 정의라고 주장하는 몰염치를 보여주었다. 법원은 그가 공익신고자가 아님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국힘과 윤석열은 그를 공익신고자라고 추켜세우며 공천했던 것이다. 늘 법치를 입에 달고 사는 윤석열이 법원의 판단을 간단히 무시하고 그를 특별 사면하여 정치적으로 복권시키는 권력남용을 행사했다. 김태우가 재선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윤석열과 국힘에 가장 큰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즉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 전 장관에게 동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묘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선거에서 참패하자 용산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짐짓 딴청을 피웠지만 어떻게든 복수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인물을 선택한 유권자가 40% 가깝다는 것은 경악할 일이지만 주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선거임에는 분명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내년 4월 총선의 막이 올랐고 진행 중인 국정감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아직 6개월이나 남았으니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양당정치의 울타리 안에 갇힌 국민들은 윤석열의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곱든 밉든 민주당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기회주의적, 반개혁적 인물들을 걸러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하지 않으면 모두가 침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2020년 4.15 총선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국힘당(당시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로 개혁에 지지부진한 데에서 오는 피로감과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한 검언쿠데타를 응징하려는 제2의 촛불혁명이었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안을 내놓았던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검찰 역량을 총동원해 멸문지화를 자행했고 시민들은 이에 분노했다. 그러니 2020년 총선은 조국 전 장관이 불쏘시개가 된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180석이라는 초유의 거대 여당이 탄생했고 지금 21대 국회의 마지막 일정을 수행 중이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이번 총선은 지난 대선 이상으로 중요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법 등 제한적이나마 개혁법안이 통과되어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며, 사적 친분이 있는 검사들을 정부 요직이나 독립기관에 포진시켜 정권의 하수인으로 삼고 있는 대통령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탄핵이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자를 그냥 두는 것은 주권자로서 직무유기다. 민중봉기가 아니라면 현재로선 윤석열 정부의 비이성적인 통치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총선에서 주권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정부수립 후 한국 사회의 개혁 진영에 핍박과 고난으로 점철된 지도자의 계보가 있다면 초대 정부 농림부장관으로 농지개혁을 추진했던 조봉암에 이어 김대중, 노무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이재명과 조국이 있다. 물론 갈피마다 뜨겁게 명멸해간 투사들이 있지만 검찰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한동훈에 의해, 조국 전 장관의 표현대로 사냥식-투망식 기소에 시달리는 두 사람은 ‘검찰공화국 타파’라는 시대정신을 상징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 조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소환되어야 한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에게 직접 묻고 자신의 역사적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학자로서 사회개혁에 기여하고자 했던 소신은 현실정치에서 권력기관 개혁과 공수처 법안을 마련하는 역할로 이어졌고 그것이 멸문지화를 불렀으니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시대의 부름이자 사명이다.<계속>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