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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0.8%포인트 더 오르는 것 아닙니까? 왜 이 숫자는 안 보려고 합니까?” “IMF가 한국의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지만, 웬만큼 규모 있는 국가에서 2%대 초반은 없다. 주요국 전망치를 보면 우리보다 잘 나가는 국가가 거의 없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그 해 가을까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무 문제가 없다던 공직자의 기만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펀더멘털은 그때보다 더 좋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삶을 살았기에 한 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 수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이번 칼럼에 좀 더 중요한 글을 쓰려고 했다가 추경호의 후안무치를 대학선생이 꾸짖지 않으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아 글의 방향을 바꾸었다.
IMF는 매년 10월이면 다음 해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WEO)」을 통해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올해도 지난 10일에 나왔다. 앞의 추경호 발언은 여기서 소개한 수치들을 거론한 것이다. ‘웬만큼 규모 있는 국가’라고 한 것은 한국보다 GDP 규모가 크거나 유사한 국가들을 일컫는 소리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13위였던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에 우리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나라는 중국과 인도 정도다. 우리보다 규모가 조금 작지만 비슷한 20위 내 국가 중에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정도다.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해당 국가 국민이 들으면 불쾌하겠지만) 한국과 비교하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니기에 추경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말 그대로 전망치다.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IMF의 세계경제전망(WEO)를 보면 당시에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2.0%는 비교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내년 우리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을 것으로 보는 5개 국가가 지난해에도 우리보다 성장률 전망치가 높은, 같은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0%로 우리의 절반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던 미국의 3분기 누적 성장률은 2.3%로 우리의 1.5%를 크게 앞서고 있다. 2분기까지 발표한 일본과 비교하면 2분기 누적 성장률이 한국은 0.9%이고 일본은 2.0%이다. 경제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추경호가 그리 집착하는 재정건전성은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중앙정부 채무가 윤석열 집권 직전에 1001조 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8월 기준 1110조 원으로 16개월 간 109조 원이 증가하였다. 문재인 정권 16개월 평균치가 101조 원이다. 이것도 코로나 팬더믹 2년을 포함한 결과이다. 그토록 문재인 정권에서의 재정 파탄을 떠들었는데 입이 있으면 변명 좀 해봐라. 지난 16개월이 전시 상황이기라도 했었는가? ‘웬만큼 규모 있는 국가’ 중 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액 비중이 지난해 유일하게 증가한 나라가 한국이다. 중앙정부 절대 채무액은 대부분 증가했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GDP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내년이라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경제정책 기조가 변한 것이 없기에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수치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하였다. 추경호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1.4%이다. 사실 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0%였다. 이것을 추경호 자신이 지난해 12월 21일 ‘2023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서 올해 7월 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1.4%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자기 스스로 두 차례나 전망치를 낮추면서 내년도 IMF 성장률 전망치를 가지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먼저, 올해 성장률 1.4%를 달성할 가능성부터 짚고 넘어가자.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4분기에 최소 0.7%를 달성하면 올해 1.4% 달성할 수 있다며 억지로 정부를 쉴드쳐준다. 그런데 4분기에 0.7% 수치가 나오면 올해 성장률은 1.35%가 된다. 반올림해서 1.4%로 맞출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온전하게 1.4% 성장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9%가 나와야만 한다. 한국은행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추경호의 경제정책은 부문별 경제수치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올해 3분기 동안 내수의 누적 성장률은 –0.1%였다. 소비가 0.1%, 투자가 –0.1%를 기록했다. 내수가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이다. 게다가 정부소비의 3분기 동안 누적 성장률이 –1.6%였다. 정부의 지출 감소가 만들어 낸 참사다. 추경호가 4분기 성장률이 0.7%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전적으로 수출이다. 그런데 국민은 윤석열 정권 이후 수출이 어떻게 곤두박질쳤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2022년도 한국의 수출액은 세계 순위 6위였다. 그런데 올해 7월까지 한국 수출액의 순위는 8위로 밀려났다. 수출 감소를 세계 경제 악화 탓으로 돌린다면 상대적 순위는 유지됐어야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