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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출장을 다녀오느라 칼럼을 두 차례 쉬었다. 그런데 그 한 달 동안 터진 사건이 하나둘이 아니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헛말은 아니다. 큰 것만 간단히 살펴보자.
최근까지 어느 신문에 민주당을 저주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칼럼을 썼던 박민 씨가 정말 이상한 절차를 통해 KBS 사장이 된 후 ‘공영방송’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는 KBS를 ‘땡윤뉴스’ 송출하는 ‘관영방송’으로 개조하는 중이다. 집권당 혁신위원장이 된 인요한 씨는 영남 다선 국회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내놓고 요구했다. 그것이 대통령의 뜻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 되어 형사처벌 요구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해 온 전자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 행정전산망이 마비상태에 빠져 국민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이 심각한 지장을 받는데도 정부는 고장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시스템은 가다 서다를 되풀이한다. 남북 당국이 핑퐁 게임하듯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휴전선 인근 지역의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던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한반도가 군사적 분쟁지역으로 인식되면 우리 경제의 ‘안보 리스크’는 더 커진다. 환율·수출·자본수입 등 해외부문에서 나쁜 일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 모든 사건은 한국 사회의 오늘을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의 내일에 크든 작든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깊이 있게 비평하고 해석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는 다른 것으로 잡았다. 골프장 이사인 어떤 남자의 마약 사건이다. 원래는 아내가 남편의 마약 투약 행위를 경찰에 알린 단순 사건이었고 경찰은 수사 결과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피의자가 현직 검사의 처남이고 그 검사가 하필이면 ‘윤석열 라인’이라는 사실이다. 남편을 고발했던 아내는 그 검사가 개입해 증거가 분명한 마약 사건을 덮어 버렸다고 의심한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문제의 검사가 마약 사건 말고도 여러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일들은 윤석열 정권과 검사집단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사건이 불과 한 달 사이에 그토록 많이 일어난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분석 비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 중에 사실로 여길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전후 사정과 사실관계를 추려본다. 수도권 어느 골프장의 이사인 조아무개 씨는 2015년 아나운서 강미정 씨와 혼인했다. 강 씨는 스스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을 세상에 알렸으니 그 뜻을 존중해 실명을 쓴다. 조 씨는 장기간 마약을 했는데 어떤 마약인지 상세하게 다 알려지지는 않았다. 강 씨는 2023년 2월 초순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의 마약 복용 사실을 신고했다. 수서경찰서 형사 여럿이 와서 강 씨의 진술을 듣고 증거를 보았는데, 누군가한테 전화를 받고는 들어오라고 한다면서 철수해 버렸다. 강 씨는 다음날 직접 경찰서에 가서 폭행 혐의로 남편을 고소하고 마약 복용 사실을 고발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졌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경찰은 강 씨가 제출한 조 씨의 모발과 대마카트리지 등 증거물 접수를 거부했다. 조 씨를 신속하게 소환조사하지 않았고 약물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경찰에 제출한 강 씨 소유 휴대전화의 SD카드가 사라졌고, 서울경찰청은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특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석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뒤늦게 한 모발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 씨를 불송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제1막이다.
강미정 씨가 제2막을 열었다. 민간업체에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맡겨 서울경찰청에서는 찾지 못한 사진과 문자 텍스트를 확보했다. 그는 경찰의 조 씨 마약 사건 불송치 결정 배후에 ‘시누 남편’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시누 남편’은 최근 수원지검에서 이른바 ‘법카 유용’과 ‘쌍방울 대북송금’ 등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지휘한 이정섭 검사다. 검사는 공인이니, 심각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실명을 쓰는 게 합당하리라 생각한다. 강 씨는 5월부터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여러 언론사 기자를 접촉해 사건을 제보했다. 그러나 어느 언론사도 이 검사의 범죄와 비위 의혹을 기사로 내지 않았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