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는 국회 김의겸 의원실에 이정섭 검사의 직권남용과 부패 의혹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자료를 제공했다. 김 의원은 몇 달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국회 질의를 통해 사건을 공개했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들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자 강미정 씨는 포털에 기사가 오르지 않는 매체의 기자들을 만났다. <뉴스버스>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그는 얼굴과 목소리와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일을 증언했다. 그런데 강 씨의 인터뷰를 보고서도 기자들은 기사를 쓰지 않았다.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그 영상 요약본을 틀었는데도 그랬다. 여기까지를 사건의 제2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막 제3막이 열렸다. 김의겸 의원의 국회 질의와 강 씨의 언론 접촉에 위기감을 느낀 검찰이 이정섭 검사를 대전고검으로 전보 조처하고 그가 재벌그룹 부회장의 접대를 받은 사진이 나온 리조트와 검사들의 라운딩을 예약해 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골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의 고발장을 받은 공수처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진짜 수사를 하는지, 아니면 수사하는 시늉만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김영란법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범죄 혐의와 관련한 곳만 압수수색했을 뿐, 경찰이 조 씨의 마약 사건을 불송치한 과정에서 보인 이상 행동이나 가사도우미의 전과기록을 불법 조회한 이 검사의 심각한 불법행위와 관련한 수사는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명분으로 고발인 강 씨한테 모든 증거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제3막이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마약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마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자는 돈을 벌려고 남의 인생과 가정을 파괴한다.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법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마약 소비자는 다르다. 마약 중독자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 나는 그런 사람을 비난하기보다는 동정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무수저로 태어났든 마찬가지다. 부자 어머니를 만나 돈 걱정 없이 살면서 마약을 한 조 씨를 나는 가련히 여긴다. 두 자녀와 자신의 인생을 지키려고 남편을 고발한 강미정 씨의 처지도 안타깝다. 그런 사람인 줄 알고 혼인했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이정섭 검사는 부잣집 사위가 되어 집사 노릇을 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렇게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집사 일을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만 않는다면 남이 또는 사회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강미정 씨는 이정섭 검사가 과거 자신이 수사했던 재벌기업의 임원한테 금품과 향응과 접대를 받은 정황과 증거를 제시했다. 나는 그가 부패한 검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지만 그것을 근거로 검찰 조직이 부패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어느 권력기관이든 조직 구성원 개인이 들키지 않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는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번 일은 그런 선에서 끝내기 어려운 듯하다. 경찰의 조 씨 마약 사건 처리와 이정섭 검사를 중용한 검찰의 행위에 미심쩍은 대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경찰관과 검사는 국가공무원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업무를 수행한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공무원은 헌법을 존중하고 법률을 지켜야 한다. 공무원이 의무를 어기면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국민은 화를 내고 책임을 추궁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경찰과 검찰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봉사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 부당한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닌지 의심한다. 국민은 그런 의심이 들면 질문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묻는다. 다음 질문에 대답하라. 그대들은 공무원으로서 대답할 의무가 있다.
1) 이정섭 검사가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처가 피고용인들의 전과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시켜서 했는가?
2) 이정섭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된 기업의 임원에게 향응과 접대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받았는가?
3) 이정섭 검사가 처남 조 씨의 마약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한 사실이 있는가? 수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의 경찰관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는가? 만약 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섭 검사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수사를 했는가? 했다면 어떤 결론을 얻었는가?
4)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강미정 씨의 이정섭 검사 비위 부패 의혹 제기 시도를 알고 있었는가? 언제 어떤 경위로 알았는가? 그런 정황을 알면서도 그에게 수원지검의 이재명 대표 수사 책임을 맡겼는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