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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조아무개 씨 마약 사건 불송치 경위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원칙을 짓밟았으며, 경찰이 검찰의 공범이 된 게 아닌지 의심하기에는 충분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윤석열 라인’의 검사가 돈 많은 처가의 집사 역할을 하면서 장기간 숱한 부패와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검찰 조직은 그 사실을 몰랐거나 모른 척했다. 몰랐어도 문제, 알면서 눈감아 주었으면 더 큰 문제다. 그 검사의 처남이 마약을 했다고 처남댁이 경찰에 고발했는데도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도 않았고 증거 접수를 거부했으며 고발인이 낸 증거를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 경찰의 행위가 실세 검사의 입김 때문이었다면, 대한민국은 갱들이 지배하는 무법천지와 다를 것이 없는 나라다. 한 마디로 무법천지다.
이런 것이 대통령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입만 열면 되뇌는 법과 원칙에 따른 조처일 수는 없다. 상식적인 법학 이론 또는 정치학 이론을 들먹여야 한다는 사실이 참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통령과 검사들은 들은 척도 안 하겠지만 우리라도 알고 있어야 하기에 말한다. 법치(法治)는 ‘법이 다스리는(rule of law)’ 것이지 ‘법으로 다스리는(rule by law)’ 게 아니다. 법치주의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구속하는 원칙이다. 법치는 권력자가 법으로 국민을 다스리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법을 지키면서 다스리는 게 법치다.
법치가 제대로 선 곳에서는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 이것이 특수계급의 창설을 금지한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그런데 이정섭 검사와 그를 감싸는 검사들은 자신을 특수계급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적용하는 경우에도 자의적으로 편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한다. 어떤 물적 증거도 없이 누군가의 진술을 근거로 삼아 가수 GD와 배우 이선균 씨를 마약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공개 소환한 일과 비교해 보라. 검찰과 경찰은 검사뿐 아니라 검사의 처남까지 ‘특수계급’으로 대우했다.
헌법과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게 검찰과 경찰만은 아니다. 언론도 공범이 되었다. 강미정 씨는 이정섭 검사의 처남 마약 범죄 수사 무마 의혹과 함께 불법 전과 조회와 스키장 접대를 비롯한 범죄와 부패의 증거를 제보했지만 어느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버스>와 <뉴스공장> 인터뷰가 나간 후에도 인용 보도를 하는 신문 방송이 거의 없었다. 신문 방송을 뒤덮었던 GD와 이선균 씨 사건과 비교해 보라. 한국 언론은 썩어도 너무 심하게 썩었다. 오너가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기 때문이든, 회사가 정부의 광고비를 받기 위해서든, 그도 저도 아니면 기자들이 인터넷언론을 우습게 여기는 탓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현직 검사 처남의 마약 사건을 무마 은폐함으로써 헌법을 파괴하고 법률을 위반한 이 사건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게 판단하는 신문 방송이라면 헌법이 특별하게 보호하는 언론 자유의 실현 주체로 인정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정섭 검사 사건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검찰과 경찰과 언론이 법치주의와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이 제3막에서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반전이 있는 제4막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검찰정권의 헌법 파괴 행위를 사법부가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믿을 곳은 국회뿐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게 용기와 결단력을 주문한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기 바란다. 당장 정권을 무너뜨릴 합법적 수단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행정부의 전횡과 불법행위를 제지할 권한은 충분하다. 민주당이 완전 믿음직해서 하는 부탁이 아니다. 달리 의지할 곳이 없어서 하는 부탁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