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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민주당과 국힘당에만 적용된다. ‘이론적 대안’이라고 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국힘당이 절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선거법을 개정하기 어렵다. 어찌어찌해서 국회에서 의결했다고 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국힘당이 반대한 것을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니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론적 대안은 국힘당과 합의해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결정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러나 4년 전 작은 정당들과 손잡고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서 도입했던 연동형을 국힘당과 손잡고 폐기하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나쁜 선거제도’를 ‘덜 나쁜 선거제도’로 개선한 것이다. 국힘당과 합의해 ‘나쁜 선거제도’로 회귀하려면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감수해야 한다.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의 비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고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결과적으로 나을 게 전혀 없는데, 뭐 하러 굳이 국힘당과 야합했다는 욕을 먹어가면서 이 길을 간단 말인가? 이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행 선거법의 연동형 제도를 일단 그대로 두기로 하면, 민주당은 두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가 약간은 달라질 수 있으니 이것은 ‘변수(變數)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차이를 불러올 결정적 변수라고 할 수는 없다. 첫째 대안을 위성정당 노선, 둘째 대안을 자매정당 노선이라고 하자.
위성정당 노선은 간단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 만반의 준비를 한다. 국힘당은 당당하게 위성정당 설립 방침을 확정하고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도 독자적 위성정당을 띄운다. 조정훈 의원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연합위성정당이 아니라 독자적 위성정당을 만드는 게 맞다. 출마하지 않는 현역 의원을 이적시켜 위성정당이 앞자리 정당번호를 받게 하는 것을 포함해, 국힘당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면 된다. 다만, 민주당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 국힘당보다 모든 것을 하루 늦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권자들은 어려움 없이 위성정당을 식별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해봤으니까.
자매정당 노선은 조금 복잡 미묘하다. 민주당은 독자적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도 않는다. 정당 투표용지에 국힘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손잡고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추게 할 정당들 중에서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는 정당에 투표하라고 호소하면 된다. 비례대표로 영입한 인재와 불출마 현역의원들은 원하는 정당으로 이적하도록 허용한다. 이 정당(들)과는 합당하지 않으며, 자매정당으로 원내에서 협력한다. 총선에서 둘 이상의 경쟁하는 자매정당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당들이 모두 득표율 3퍼센트를 넘길 경우 독자적 위성정당을 만드는 경우보다 더 많은 우호적 의석을 획득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보다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더 낫다고 본다.
다시 강조한다. 위성정당 노선이든 자매정당 노선이든, 민주당의 선택은 정당방위일 뿐이다. 국힘당만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등록할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장점은 다 사라진다. 오해가 생길지 몰라서 개인적인 견해를 분명하게 밝힌다. 나는 독일식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북돋우는 ‘좋은 선거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독일식 제도를 부분 도입한 현행 선거법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 그래서 이 제도를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더러 혼자서만 원칙을 지키라고 할 수는 없다. 선거법을 개정해 위성정당을 확실하게 막는 조항을 설치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국힘당 혼자만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정상적으로 비례후보를 등록한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극단적인 경우 국힘당에 스무 개가 넘는 의석을 공짜로 안겨줌으로써, 헌법의 보통선거 원리를 파괴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비례위성정당을 직접 만들거나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자매정당의 의석 획득을 지원하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국힘당과 합의해 선거제도를 옛 병립형으로 되돌리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그보다는 이번에는 국힘당의 반대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에 강력한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설치하지 못했지만 22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온전하게 실현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을 조기 실현하겠노라고 공약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이런 믿음이 타당한지 여부는 논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그들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고결한 동기를 지니고 있으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다만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반윤신당’이나 ‘반명신당’을 마음에 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자고 하는 어떤 정치인들과 다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