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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내쫓고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웠다고 본다.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알파 메일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또 경쟁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무한 수사와 기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복종과 충성을 요구한 고블린처럼 권력을 휘둘렀지만 자리와 공천을 탐하는 무능한 인물들 말고는 복종하지도 충성하지도 않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들을 여당 강세 선거구의 국회의원 후보로 낙점하려고 대통령과 비슷한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집단적 의사결정 이론에 ‘유권자 이동성(mobi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느 시점에서 어느 사회의 유권자 이동성은 집권세력에 실망하는 경우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로 나타낼 수 있다. 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유권자 이동성이 적당한 상태라고 본다. 유권자 이동성이 너무 높으면 정당이 불안정해지고, 이동성이 너무 낮으면 정당과 정치인들이 민심을 무시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힘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30퍼센트 정도 된다. 상황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유권자도 그 비슷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자들이 무당층‧중도층‧스윙보터라고 하는 유권자들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엉망이라고 평가하면서 총선에서 야당에 표를 던질 뜻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은 그런 판국에 한동훈 씨를 비대위원장으로 세웠다. ‘여의도 사투리’로 한동훈은 윤석열의 ‘가신(家臣)’이다.(보스의 배우자와 자연스럽게 카톡을 주고받는 부하를 여의도에서는 ‘가신’이라고 한다) 절반 넘는 유권자가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오른팔 같은 ‘가신’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총선을 지휘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굳이 답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통적인 정치학 이론에 따르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사회혁명이 일어난다. 첫째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대중이 알고, 둘째 집권세력이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고, 셋째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을 모두 사용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하지 않는 한 세 번째 조건은 충족되지 않으므로 사회혁명은 일어날 수 없다. 문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인데, 나는 그렇다고 본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제 지표와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여론을 보면 달리 판단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총선에서는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 입법권은 지금도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 야당이 총선에서 또 이긴다고 해서 대통령과 집권당이 태도를 바꿀 리는 없다. 총선은 어디까지나 국회의원을 뽑는 행사일 뿐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강력한 권력 교체 요구를 표출하는 기회가 될 수는 있다. 국힘당에 4년 전보다 더 큰 패배를 안겨줌으로써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정치적으로 탄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정치학과 역사학 이론에 비추어 본 전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인문학의 이론은 중력법칙이나 상대성이론처럼 확실한 진리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물리법칙만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인문학보다는 신뢰할 만한 생물학 이론에 의지해 마음을 추스르고 위로를 얻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래는 내년 총선 결과보다 확실하다. 그는 권력과 명예를 모두 잃고 남은 인생을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언제 어떤 계기 어떤 양상으로 그 시간이 찾아들지 분명하지 않을 뿐이다.
침팬지 아모스와 고블린의 권력 상실 과정과 상실 이후의 삶을 결정한 것은 윤리 도덕이 아니라 알파 메일에게 보안관 행동을 요구하는 침팬지의 본능이었다. 호모사피엔스와 침팬지가 공유한 그 본능의 유전자는 두 종이 출현하기 전에 이미 존재했다. 드 발은 그래서 정치의 기원이 인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고 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지 않았다. 자연이 그런 능력을 주었기 때문에 문명을 만들고 윤리 도덕을 세울 수 있었다. 본능은 문명보다 끈질기고 힘이 세다. 역사의 시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알파 메일 윤석열이 계속해서 지금까지처럼 행동한다면 결국 고블린과 같은 결말을 맞을 것이다.
이런, 명색이 인문학도인 내가 인문학이 아니라 생물학으로 권력의 향배와 권력자의 앞날을 점치고 있다니. 하지만 내 잘못은 아니다. 어떤 인문학자도 내 생에 이런 알파 메일을 또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지 않았다. 사회생물학자들의 말을 진작 경청했더라면!<끝>